"에이즈 환자 아니냐" 게임 중 조롱…'통매음'은 안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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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 아니냐" 게임 중 조롱…'통매음'은 안 된다고요?

2026. 03. 11 16:13 작성2026. 03. 12 11:47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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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목적' 없어 불송치

변호인단 "명백한 수사 미진, 모욕죄로 다시 겨눠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저번에 에이즈 걸려서 병원 오셨던 분 아니냐?"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던 A씨는 팀 채팅창에 올라온 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이름과 닉네임까지 거론하며 이어진 조롱에 A씨는 경찰에 고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불송치 결정이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이 핵심을 놓쳤다며, '모욕죄'라는 다른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적 욕망 없다"… '통매음'의 높은 벽, 왜?

A씨는 온라인 게임 중 팀원들로부터 "저번에 에이즈 걸려서 병원 오셨던 분 아니냐", "똥꼬에 여드름 나서 항문낭 짜드렸잖아요"라는 성적 모욕을 당했다.


격분한 A씨는 가해자들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발언이 성적·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모욕죄나 명예훼손 혐의는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다수의 변호사는 경찰의 판단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통매음이 성립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핵심인데, 게임 중 분노 표출 과정에서 나온 욕설은 이 목적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게임 채팅에서 욕설이나 조롱 형태로 나온 발언은 대부분 이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수사 공백"… 변호인들, '모욕죄'를 보라

전문가들은 경찰이 통매음에만 매몰돼 더 명백한 범죄 혐의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바로 형법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실명과 닉네임을 특정하며 성적·신체적 비하 발언을 한 행위에 대해 경찰이 모욕죄와 명예훼손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불송치한 것은 수사 미흡"이라고 꼬집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특정성', 그리고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모욕적 표현'이 필요하다.


변호인들은 A씨의 사례가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본다.


팀원 다수가 보는 게임 채팅은 '공연성'이, 이름과 닉네임 언급은 '특정성'이 명백하다.


또한 "에이즈 환자", "항문낭" 등의 표현은 단순 욕설을 넘어선 명백한 인격 비하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경찰이 이 부분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수사의 명백한 공백"이라며 "모욕죄는 물론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도 충분히 구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의신청, 어떻게 이기나? "죄명 바꿔 다시 겨눠라"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만장일치로 '이의신청'을 통해 수사 미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핵심 전략은 통매음 성립을 다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수사하지 않은 '모욕죄'와 '명예훼손' 혐의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이의신청 과정에서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무리한 다툼보다는, 수사기관이 당연히 검토했어야 할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 누락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고 전략을 제시했다.


이의신청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경찰서에 제출하면 된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건은 자동으로 검찰로 넘어간다.


검사는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지시할 수 있다.


이때 채팅 기록 캡처, 닉네임과 본인을 연결할 자료 등 명확한 증거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승산을 높이는 길이다.


결국 경찰의 첫 판단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법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치밀한 이의신청으로 두 번째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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