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만 하는 학원"며 비방한 옆 학원 원장, 명예훼손으로 처벌 가능할까?
"놀기만 하는 학원"며 비방한 옆 학원 원장, 명예훼손으로 처벌 가능할까?
학생들 붙잡아 수업 못 가게 막아
"다신 안 그런다" 약속도 어겨…법적 대응 방법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영어학원 원장 A씨는 맞은편 학원 원장 B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씨가 A씨 학원 학생들에게 "그 학원에 다니면 고등영어를 망친다"는 등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을 붙잡아두고 수업에 늦게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년 전 항의했을 때 B씨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B씨의 영업방해는 더 심해졌고, 학부모들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A씨는 평판 하락과 원생 이탈을 우려해 법적 대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쟁 학원의 선 넘은 방해 행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
비방에 수업 방해까지…'업무방해·명예훼손' 해당할까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그 학원 다니면 고등영어 망친다', '놀기만 하는 학원' 등의 발언은 사실을 왜곡해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신용훼손 및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붙잡아 수업에 가지 못하게 한 행위 역시 업무방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허위 사실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퍼뜨리는 행위는 형법 제313조 신용훼손죄나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다수가 알 수 있도록 공공연하게 비방한 것은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의 요건도 충족한다"고 짚었다.
법적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려 남의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업무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내용증명 보내려는데…'증거'와 '표현'에 주의해야
A씨는 우선 법무법인 명의로 B씨에게 비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려 한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상대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향후 소송에서 '사전 경고를 했다'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변호사들은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 증거의 질을 높이고 표현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날짜별 증언 캡처본'이 실제 학생·학부모가 들은 내용을 전달받아 캡처한 것이라면, 향후 형사 절차로 갈 경우 전문증거(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진술)로 취급돼 증거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직접 들은 학생·학부모로부터 서명이 담긴 사실확인서나 진술서를 받아두는 것이 강력한 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또 "'놀기만 하는 학원이다'와 같은 표현은 구체적 사실 적시라기보다 주관적 평가로 판단될 여지도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적시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명예훼손 주장하며 역공할 여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신 안 그런다" 약속 어긴 점, 법적으로 '고의성' 입증 자료될 수도
변호사들은 특히 B씨가 수년 전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도 이를 어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B씨 행위의 '고의성'과 '악의성'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장우진 변호사는 "수년 전 항의 전화 시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행위가 반복되었다는 사정은 고의성과 악의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 된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 역시 "과거 항의 당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한 이력은 상대방의 고의성과 반복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되므로, 내용증명에 이를 명시하면 경고의 무게가 한층 강해진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