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무기, 절박함이 약점…판결문으로 본 수험생 대상 잔혹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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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무기, 절박함이 약점…판결문으로 본 수험생 대상 잔혹 범죄

2025. 11. 07 11:0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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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못 보게 해주겠다" 협박부터 "대리 응시" 사기까지

대학 입시 앞둔 피해자들에 엄벌과 선처 엇갈려

판결문 속엔 절박한 수험생의 마음을 이용한 범죄들이 담겨 있었다. /셔터스톡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과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 자녀를 둔 가정은 물론, 온 사회가 숨죽이며 수험생들의 마지막 질주를 응원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토록 절박한 수능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건 도전이 아닌, 범죄의 도구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수험생의 절박함을 약점 삼아 협박하고, '수능 선물'을 미끼로 유인하며, 심지어 일생일대의 시험을 앞두고 신고조차 망설이게 만든다.


최근 2년간 '수능'을 키워드로 선고된 판결문들을 통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관문 앞에서 수험생들이 마주해야 했던 잔인한 범죄들을 들여다봤다.


"수능 못 보게 해주겠다"… 칼날이 된 수능

수험생에게 수능 당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날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 중요성을 알기에 가장 잔인한 협박 무기로 사용했다.


지난 2024년 11월, A씨는 부산 남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남자친구인 B씨(19세)와 다툼을 벌였다. B씨가 집 밖으로 나가려 하자, A씨는 위험한 물건인 커터칼을 들고 피해자의 뒷목에 대고 그을 듯이 위협했다.


A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B씨의 가장 큰 공포를 겨냥했다.

> "그냥 오늘 너랑 나랑 둘 중에 하나는 죽자. … 수능 못 보게 해 주겠다."


특수협박 및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결국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부산지방법원 2025고정590).


수험생의 신분을 악용한 협박은 또 있었다. 2023년 6월, 18세 여성 피해자를 한 '룸카페'에서 만난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추행했다. 피해자가 거부하자, 피고인은 피해자가 고3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협박을 이어갔다.

> "하자, 너 수능 140일 남았는데 자퇴하고 싶냐."


이 사건의 피고인 역시 범행 당시 대학 입시 재수생으로, 18세에 불과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1,000만 원에 합의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감안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대전지방법원 2024고합157).


"수능 대신 쳐줄게"… 절박한 꿈을 노린 사기

간절함은 때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수능 대박'이라는 절박한 꿈을 파고든 사기 범죄도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


피고인 C씨는 '시험 대리응시 전문 업체' 소속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C씨는 2022년 8월, "수능시험을 대신하여 응시해 주겠다"고 거짓말하며 계약금 명목으로 210만 원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그해 12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855만 원을 송금했다. 물론 C씨는 대리시험을 쳐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대구지방법원 2024고단266).


심지어 군 복무 중 수능을 준비하는 '군인 수험생'을 상대로 한 사기극도 있었다. 피고인 D씨는 군대 동기인 피해자에게 "과외선생님을 소개해주고 과외비를 대신 송금해주겠다"고 속였다.


피해자는 과외선생님 소개 및 시간 추가비용, 모의고사 및 교재비 구입 명목, 인강 수강 비용 등 D씨의 거듭된 거짓말에 속아 2023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총 32차례, 1,643만 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


법원은 "군 복무중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 군대 동기를 기망하여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2,200만 원에 합의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4고단4384).


피고인들은 수능 대리응시 또는 과외 지원을 미끼로 수험생들에게 돈을 편취했다. /연합뉴스
피고인들은 수능 대리응시 또는 과외 지원을 미끼로 수험생들에게 돈을 편취했다. /연합뉴스


"수능 앞두고 있어서"… 신고조차 할 수 없었던 그날

일부 사건에서 피해 학생들은 범죄 피해의 충격 속에서도 당장의 수능과 면접을 포기할 수 없어 신고조차 미뤄야 했다.


2023년 10월, 약학대학 수시 면접을 보기 위해 숙박 공유 앱으로 숙소를 예약한 E씨. E씨는 면접 당일 아침, 숙소 주인이던 피고인에게 성범죄를 당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협박하고 폭행하며 강간을 시도했고, 심지어 식칼을 꺼내 겨누기까지 했다.


E씨는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났지만,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불과 며칠 뒤인 11월 16일에 수능시험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 "(피해자는) 2023. 11. 16.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어 곧바로 신고하지 못하다가 수능시험을 마친 2023. 11. 17.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법원은 피해자가 수능 준비에 차질이 있을까 염려해 상처 부위 사진만 찍어둔 채 신고를 보류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진술을 납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서울고등법원 2024노2983).


'수능 선물'을 미끼로 한 범죄도 있었다. 피고인 F씨는 과거 친분이 있던 피해자를 "수능 선물을 주겠다"며 불러낸 뒤 강제로 추행했다. 이 범행은 피해자의 시험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범행 직후 시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까지도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수원고등법원 2023노1086).


수능 D-7. 누군가에게는 꿈을 향한 7일이지만, 판결문 속 피해자들에게는 범죄의 충격과 시험의 압박을 동시에 견뎌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들의 상처가 아물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그리고 올해 수험생들에게는 이런 불행이 결코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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