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꿀꺽한 레미콘 중개업자…부당이득 넘어 사기죄 고소까지 가능하다
5천만원 꿀꺽한 레미콘 중개업자…부당이득 넘어 사기죄 고소까지 가능하다
변호사들 "민사소송과 형사고소, 함께 진행해야"

공사 현장 위해 선입금한 레미콘 대금 5천만 원. 중개업자는 “폐기됐다”며 환불을 거부했지만, 실제 주문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셔터스톡
2024년 8월, 한 건축주는 레미콘 중개업자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공사 현장 주변의 방해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부득이하게 야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정확한 레미콘 물량 예측이 어려운 상황, 건축주는 공사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넉넉하게 물량을 주문하고 5천만 원이 넘는 대금을 선입금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예상대로 레미콘은 상당량 남았다. 건축주는 중개업자에게 남은 물량을 취소하고 대금을 환불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미 주문이 들어가 제작됐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 돈은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석연치 않은 답변에 의심을 품은 건축주는 중개업자에게 ‘5천만 원이 레미콘 공장에 실제로 입금됐다는 증명서’와 ‘해당 물량이 제작 후 폐기됐다는 공장의 확인서’를 보내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러나 중개업자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건축주가 직접 레미콘 공장에 연락해 입금 내역을 확인했고, 중개업자가 5천만 원을 공장에 입금한 사실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파악했다.
사라진 5천만 원,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나
변호사들은 건축주가 중개업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매우 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정당한 원인 없이 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성립한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중개업자는 실제 과다 물량을 공장에 입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득은 정당한 계약 이행과 무관하게 발생한 것이므로 법적 원인이 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개업자는 레미콘 공급이라는 명목으로 5천만 원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주문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그 돈을 보유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중개업자가 보유한 금원은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다.
단순 채무 불이행 넘어 사기죄도 가능할까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개업자가 ‘레미콘이 제작·폐기됐다’고 건축주를 적극적으로 속여 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무율의 전준휘 변호사는 “질문자를 기망하여 돈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사용한 것처럼 이야기하며 채무를 면탈하려는 시도”라며 “사기죄로 고소하여 압박하는 수단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다수의 변호사들은 민사 소송과 별개로 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형사 절차가 진행되면 중개업자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피해 금액을 신속히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사 소송이 금전적 피해를 회복하는 절차라면, 형사 고소는 상대를 압박해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승소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핵심이다. 다행히 건축주는 ▲레미콘 공급계약서 ▲5천만 원 이체 내역 ▲중개업자에게 보낸 내용증명 ▲공장에 해당 금액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 등 결정적인 증거들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다만,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실제 돈을 돌려받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소송 제기와 동시에 중개업자의 재산을 묶어두는 가압류를 신청하여 승소 후의 강제집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