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몰카범'으로 몰렸는데 '혐의 없음' 처분…명예훼손으로 역공될까?
'헬스장 몰카범'으로 몰렸는데 '혐의 없음' 처분…명예훼손으로 역공될까?
포렌식 끝에 결백 증명했지만 피해는 그대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A씨는 얼굴 인식이 잘되지 않아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리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옆에서 운동하던 B씨가 A씨를 '몰카범'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찍었다고 확신하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헬스장 내 다른 회원들의 시선이 쏠렸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확인시켜주려 했지만, B씨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경찰 조사는 물론 디지털 포렌식까지 받은 끝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결백이 증명됐지만 B씨는 아무런 사과나 보상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억울하게 몰카범으로 몰려 정신적 피해를 본 A씨,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경찰 신고 넘어 '공개 망신'…명예훼손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경찰에 신고한 행위만으로는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고 과정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발언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신고는 공연성(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명예훼손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신고 이외의 발언"이라며 "경찰 출동 당시 헬스장 직원들에게 귀하를 특정해 몰카를 찍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CCTV를 요청한 행위, 그리고 주변 회원들이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말한 부분은 신고와 별개의 발언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경우, 허위사실을 많은 사람 앞에서 알린 행위로 보고 명예훼손죄 성립을 다퉈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주변 사람이나 헬스장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몰래카메라 범인으로 단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상대방의 '오해했다'는 주장, 막을 방법은
상대방이 "오해였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들은 이때 A씨가 현장에서 휴대폰 확인을 제안했지만 B씨가 거부한 사실이 중요한 반박 근거가 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재이 김정철 변호사는 "즉시 휴대전화를 확인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상대방이 거부했다면 단순한 오인을 넘어선 정황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을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채 단정적으로 범인으로 몰았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 처벌이 어렵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형사상 고의 범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법상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확인할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채 몰카범으로 몰아세워 경찰을 부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을 준 행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법적 대응을 위해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서, CCTV 존재, 당시 진술, 주변인들이 들은 내용, 헬스장 직원의 인지 경위 등을 모아 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후 내용증명을 보내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반응이 없을 경우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상대방이 확인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고도 단정적으로 몰카범이라고 주장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객관적인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