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쿠팡 '5만원 쿠폰' 지급…3개월 뒤에 사라지는 조건, 법적으로 문제 없나
오늘부터 쿠팡 '5만원 쿠폰' 지급…3개월 뒤에 사라지는 조건, 법적으로 문제 없나
개인정보 유출 대가로 자사 쿠폰 지급
국회 지적에도 '마이웨이' 보상
기업 재량권의 한계는 어디까지

쿠팡 구매이용권이 적용된 화면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오늘 아침 쿠팡으로부터 온 알림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라며 총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이 지급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5만 원이면 괜찮네"라고 생각했던 A씨의 안도감은 쿠폰 함을 열자마자 분노로 바뀌었다.
보상금은 현금이 아닌, 쿠팡 내 특정 카테고리에서만 쓸 수 있는 여러 장의 쿠폰으로 쪼개져 있었다. 심지어 사용 기한은 고작 3개월. 그마저도 기한 후 환불하면 쿠폰이 사라지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쿠팡이 오늘(15일)부터 강행한 이 보상안은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민법과 약관규제법 관점에서 뜯어봤다.
현금 대신 쿠폰... '무늬만 보상' 논란
가장 큰 논란은 보상 형태다. 쿠팡은 현금이 아닌 자사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한 쿠폰을 지급했다. 그것도 로켓배송 5000원, 배달앱(쿠팡이츠) 5000원, 명품 플랫폼(알럭스) 2만 원 등으로 사용처를 강제 배분했다.
법조계는 이를 두고 "피해 구제 실효성이 떨어지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우리 민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는 손해배상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전 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번 지급이 법원 판결에 의한 강제 집행은 아니므로 쿠팡 측은 이를 도의적 차원의 위로금이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는 "형식이 위로금일지라도 본질이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라면 그에 상응하는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며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 없이 자사 플랫폼 내 고가 상품(명품, 여행)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은 실질적 구제보다 마케팅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보상인데 3개월 시한부? 불공정 약관 소지
더 큰 문제는 독소조항에 가까운 사용 조건이다. 쿠팡이 지급한 쿠폰의 유효기간은 오는 4월 15일까지, 즉 약 3개월에 불과하다. 게다가 쿠폰을 써서 물건을 샀다가 4월 15일 이후 환불할 경우, 쿠폰은 복구되지 않고 소멸해버린다.
이는 통상적인 상거래 관행과 배치된다. 지역사랑상품권법이나 공정위 표준약관 등은 유가증권의 유효기간을 통상 1년 이상(최대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쿠팡 이용권이 이 법의 직접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3개월이라는 기간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이번 쿠폰의 목적이 단순 이벤트가 아닌 피해 보상인 만큼, 소비자에게 익숙한 관행에 비해 현저히 불리한 유효기간을 설정한 것은 약관규제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가 될 소지가 있다.
특히 4월 15일 이후 환불 시 쿠폰 소멸 조건은 소비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제품 하자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환불 시 보상받은 권리 자체가 사라지게 되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경고도 무시한 '마이웨이'... 기업 재량은 어디까지?
이번 보상안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서도 "소비자 기만"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쿠팡은 수정 없이 원안을 강행했다. 기업이 보상 방식을 정하는 데 재량권이 있다 해도, 이런 방식은 괜찮은 것일까.
법적으로 재량권에도 한계는 있다. 바로 '비례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거나(비례원칙 위반), 사회적 합의와 공익적 요구를 무시한 채 자사 이익만 추구하는(신의성실 위반) 행태는 기업의 재량권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쿠팡 "1조 6천억 규모 역대급 보상... 5000원 이하 상품 14만 개"
한편, 쿠팡은 15일 오전 10시부터 3370만 명의 대상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보상 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쿠팡 측은 이번 보상안의 총규모가 약 1조 6850억 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의 4배가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추가 결제 유도'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쿠폰 금액에 맞춰 추가 지출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쿠팡 측 설명에 따르면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내 5000원 이하 상품은 14만 개에 달하며 ▲쿠팡트래블에는 2만 원 이하 입장권 등 티켓 상품이 700여 종 ▲알럭스(R.LUX)에도 2~3만 원대 프리미엄 뷰티 상품이 400종 이상 준비되어 있다. 쿠팡이츠 역시 1만 원 이하 메뉴를 모은 코너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