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류 열풍 악용해 일본 여성들 상대로 연쇄 성범죄 저지른 한국 남성들⋯징역 12년
[단독] 한류 열풍 악용해 일본 여성들 상대로 연쇄 성범죄 저지른 한국 남성들⋯징역 12년
"결혼하자" "숙소 제공한다" 일본 여성 한국으로 유인해 범행
사기 쳐 돈 뜯어내고, 성폭행⋯불법 촬영해 지인들에 공유하기도
1심에서 각각 징역 14년⋯"피해 금액 반환됐다" 항소심에서 12년으로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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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일본 여성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고 돈을 뺏자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남성 두 명에 대한 판결이 지난해 나왔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그녀가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3개월 전 SNS에서 알게 된 한국 남성 A씨는 좋은 사람 같았다.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만나고 싶었고, 일본을 떠나 한국에 정착할 용기도 생겼다. 이에 그녀는 A씨와의 첫 만남을 위해,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돈을 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대 초반의 한 일본인 여성이 한국에 오게 된 이야기다. 하지만 이곳에서 꿈꾸던 미래는 단 6일 만에 물거품이 됐다. 사랑도, 결혼도, 돈도 모두 사라졌다. 대신 이 여성은 충격적인 범죄 피해를 입은 채 한국을 떠나야 했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A씨 때문이었다.
애초에 치밀한 계획범죄였다. A씨는 친구 B씨와 젊은 일본 여성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고 돈을 뺏자는 계획을 세웠다.
일단 한국인과 일본인을 연결해주는 SNS 등을 통해 일본 여성에게 접근, 친분을 쌓아 한국 방문을 유도하기로 했다. 둘 다 과거 일본에서 일할 때 익혀둔 일본어를 적극 활용했다.
첫 범행은 지난 2018년 8월. A씨는 SNS로 한국에 호감이 있던 일본 여성 C씨를 만났다. 그리고 이후 C씨에게 마치 결혼할 것처럼 굴었다. A씨는 자신을 한 게임회사의 팀장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1500만엔 (당시 환율 약 1억 5000만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C씨에게 가짜 통장 사진과 명함 등을 보냈다.
그러면서 "네 돈을 보태 같이 살 집을 마련하자"고 했다. 모든 것을 진실로 믿고 그해 11월 한국에 온 C씨. A씨는 그런 C씨를 데리고 부동산과 아파트를 방문하며 기대감을 심어줬다.
이때 B씨가 A씨의 '믿을 만한 친구'로 등장했다. B씨는 C씨의 돈을 좋은 환율에 바꿔주겠다며 700만엔(당시 환율 약 7000만원)을 챙겨갔다. 이후 A씨는 이 돈으로 아파트를 계약했다며 가짜 매매계약서를 C씨에게 보여줬다.
이들의 다음 범죄는 C씨가 묵고 있던 호텔 객실에서 이뤄졌다. A씨와 B씨는 술자리 명목으로 자리를 만든 뒤 C씨의 술잔에 몰래 무언가를 넣었다. 졸피뎀과 로라제팜 등을 섞은 약물이었다. 이후 정신을 잃은 C씨를 B씨가 성폭행하고, 그 모습을 A씨가 촬영해 지인에게 전송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A씨는 C씨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몰아세워 파혼을 통보했다. 이어 파혼의 이유는 일본으로 돌아간 C씨에게 있다며 700만엔도 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들은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C씨의 범행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난 2018년 12월, A씨는 채팅 앱으로 알게 된 일본인 D씨(17세)에게 "한국 여행을 오면 빈방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꼬드겼다.
실제로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D씨는 한국에 방문했다. 이번에도 A씨와 B씨는 호텔에서 D씨에게 약물을 탄 술을 마시게 했다. 그런 뒤 A씨는 정신을 잃은 D씨를 성폭행하고 촬영한 후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피해자 D씨가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막을 내렸다. 곧장 112에 신고됐고, A씨와 B씨가 붙잡혔다.
재판으로 넘겨진 A씨와 B씨가 받는 혐의는 한 두개가 아니었다. △강간 등 치상 △사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불법촬영죄 등이었다. A씨는 여기에다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가, B씨에게는 절도죄가 각각 추가됐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들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약물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피해자 몸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됐고, 그 성분은 A씨 일당이 소지하고 있던 약물과 동일했다. 더불어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데이트 강간 약물', '성범죄에 가장 많이 악용된 약물'과 같은 검색 결과도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이들의 1심 재판을 맡은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임정택 부장판사)는 "피해자 몸에서 피고인들이 가지고 있던 약물 성분이 검출된 게 도저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치밀하게 사기 범행을 준비했고 피고인들을 믿고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며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일반 국민들을 피고인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을 용서하지 않은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 B씨에게 각각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 10년간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고인들에 대한 정보 공개와 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 시설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다만 증거 부족으로 두 사람에 대한 성범죄만 판단 범위 안에 들어갔다.
피고인들은 5일 만에 항소했다. 이번엔 피해자들에 대한 성폭행을 공모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초 1심에서는 성폭행한 후 불법촬영을 한 범죄의 일련을 '공동 범행'으로 인정했는데, 이를 깨기 위한 전략이었다. 만약,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형량을 낮출 수 있었다.

덧붙여, 자신들에게 성폭력 범죄의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이 없는데도 위치추적 장치의 부착을 명한 것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 역시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에 대해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공범인 피고인 B씨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의 경우도 "집행유예 기간 중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더불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다만, 피해자 C씨에 대한 피해 금액 일부가 반환된 점 등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참작했다.
이들의 형량은 징역 12년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두 명은 또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