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지었는데 처벌받지 않은 12명의 범죄자...이유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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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지었는데 처벌받지 않은 12명의 범죄자...이유는 '시간'

2022. 07. 16 10:13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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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공소시효'

공소시효 넘기면 혐의 인정돼도 처벌 불가능

최근 2년간 면소 판결 12건 분석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법원은 '면소(免訴·소송의 종결)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인 일명 '개구리소년'이 '범행 도구'를 지목한 온라인 글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91년, 도롱뇽알을 찾으러 집을 나갔다가 11년 뒤 유골로 발견된 초등학생 5명. 당시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판단했지만, 범인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업용 자인 '버니어 캘리퍼스'가 범행도구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하자, 일부 누리꾼 사이에선 사건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위 주장들을 근거로 범인을 찾아도 처벌은 불가능하다. "죄를 지었는데 왜 처벌을 못 할까"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2년간 12명의 피고인이 그렇게 풀려났다(대법원 공개 판결문 기준).


범죄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시간, 공소시효

먼저 공소시효란 검사가 공소권(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리)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다시 말해 범죄를 저지른 자가 해당 기간에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다면 처벌을 할 수 없다.


①공소시효가 폐지된 살인죄의 경우를 제외하고, 공소시효는 각 범죄 혐의의 법정형에 따라 다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25년,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 등으로 정해져 있다(제249조 제1항). 예를 들어 사기죄의 경우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기 때문에 공소시효 기간은 10년이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공소시효는 검사가 공소권(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리)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또한 ②피고인을 재판에 넘겨도 판결의 확정 없이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한다(제249조 제2항). 다만 이번에 분석한 판결문은 개정 전 형사소송법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지고 판결의 확정 없이 15년이 경과된 것들이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법원은 '면소(免訴·소송의 종결)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제326조 제3호).


마약, 조세 포탈, 공문서위조 등 저질렀지만⋯모두 처벌 안 돼

로톡뉴스가 확인한 12명은 마약 매매, 조세 포탈(逋脫·과세를 피해 면함), 위조공문서 행사, 도로교통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죄를 지었다. 제때 처벌받았다면 최대 징역 10년 등이 선고될 수 있는 혐의들이었다.


하지만 이 중 7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재판에 넘겨져 처벌이 불가능했다(①). 공소시효 기간이 7년으로 가장 길었던 피고인 A씨. 그는 지난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중국동포 밀입국 알선업체를 운영하면서 중국동포를 불법 입국시켜주고 1인당 8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국내 호적등본, 초청장 등을 위조해 한국 친지들의 초청을 받은 것처럼 꾸민 뒤, 중국 소재 한국영사관에 제출하는 식이었다.


한국회사에 초청받은 것처럼 불법입국 시키기 위해 관련 서류를 위조해 172회에 걸쳐 한국영사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A씨가 불법입국시킨 인원만 1071명에 달했다.


지난 2002년, 경찰 수사가 시작됐을 즈음 A씨는 중국으로 출국해 붙잡히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난해 출소한 그는 곧장 국내로 송환돼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위조공문서행사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A씨. 그런데 그가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재판은 반전을 맞았다.


쟁점은 A씨가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중국에 체류했는지 여부였다. 만약 그러한 목적이 맞다면, 해외로 도망간 기간만큼 공소시효는 정지되고(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오랜 기간이 흘러 귀국해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심은 A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고 출국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수감생활 중 한국 이송을 신청한 사실에 비춰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이 유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과 2013년, A씨는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늦어도 A씨가 한국 이송 신청을 한 마지막 시점(2013)부터 공소시효가 다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A씨를 재판에 넘겼을 때는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난 시점. A씨는 죄를 지은 한국에 돌아왔지만 지난해 12월 면소 판결로 처벌을 면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2년간 12명의 피고인은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을 피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나머지 5건은 공소시효 기간 내 재판에 넘겨지긴 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도주하는 등의 사유로 확정판결 없이 '재판 중'인 상태가 15년 이상 지속되면서 결국 면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04년, 불법체류자로 아편 등을 구입하고 판매한 이란 국적 피고인. 그는 같은 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 2020년 8월 법원의 면소 판결로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났다.


B씨의 경우 지난 2003년 운전 도중 피해자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했다. 하지만 그 역시 2005년에 재판에 넘겨진 뒤로 15년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면소 처리됐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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