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장윤기 범행 차량을 아빠에게 돌려줬다?⋯단순 실수로 보기 힘든 경찰 대처
피 묻은 장윤기 범행 차량을 아빠에게 돌려줬다?⋯단순 실수로 보기 힘든 경찰 대처
경찰 허술한 수사 도마 위
통화 허용, 차량 반환, 증거 누락 등 '실수 연발'
오윤성 교수 "경찰의 뼈아픈 흑역사"

검찰에 송치되는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모습. /연합뉴스
"우발적인 범행이었습니다. 자살하려다가 동반자를 찾았습니다."
지난 5월, 광주에서 귀갓길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한 장윤기가 내뱉은 변명이다. 하지만 검찰 보완 수사 결과, 이 사건은 우발적 살인이 아닌 '성범죄 목적'의 치밀한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과정에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개입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경찰 수사의 뼈아픈 흑역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흉기 2개, 현금 인출, 유심 분리…우발 주장 뒤집힌 계획범죄
오윤성 교수는 장윤기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일축했다.
오 교수는 "우발적 범죄는 사전 준비가 없고, 현장에서 도구를 사용하며, 증거 인멸이나 도주 과정이 엉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윤기는 사전에 흉기 2개와 장갑을 준비했고, 도주 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100만 원을 인출했으며, 심지어 휴대전화 유심칩을 분리해 위치 추적을 차단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더욱이 범행 전 약 15분간 피해자를 미행하며 대상을 물색한 점은 다분히 계획적이었다.
살인 후 무인 세탁소에서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보고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른 행동 역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 교수는 "사람을 죽인 사람인가 의심할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며 "본인 주장과 이후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리얼돌 훼손부터 몰카까지…'성범죄' 목적 정황들
경찰은 초기에 이상동기 범죄로 수사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드러난 증거들은 '성 목적 살인'을 가리키고 있었다. 성범죄 목적 살인은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무겁다.
장윤기 거주지에서는 신체 일부가 절단된 2개의 리얼돌이 발견됐다.
오 교수는 이를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적 판타지를 행동으로 구현한 것"이며 "성범죄 목적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굉장히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직장 동료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메모, 과거 공익 근무 시절 아동센터 여아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 등도 함께 발견됐다. 장윤기가 우발적 살인을 핑계로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 했던 꼼수가 드러난 셈이다.
경찰의 실수 연발?…아버지 증거 인멸 도운 꼴
사건의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장윤기 아버지는 전남 광주 지역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감이다.
아버지는 아들 거주지 비밀번호를 수사팀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찾아가, 리얼돌을 치우고 휴대전화 4대를 소각하는 등 핵심 증거들을 인멸했다. 이 모든 일은 장윤기 체포 후 경찰이 부자간의 통화를 허락한 직후 벌어졌다.
경찰은 "자수를 설득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오 교수는 "통화 내용을 통해 은닉된 휴대전화 존재를 알았다면 경찰이 먼저 압수했어야 했다"며 "기본적인 증거 보존 의무를 위반하고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증거 인멸에 조력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윤기가 피해자를 납치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하면서, 범행에 이용된 차량 조수석 뒷문에 피해자 혈흔이 남았다.
하지만 경찰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며 15분간 미행에 사용된 이 핵심 증거 차량을 즉시 아버지에게 반환했다. 검찰 송치 시 혈흔 DNA 감식 결과도 누락했다.
오 교수는 "실수가 연속되면 실수가 아닐 수 있다"며, 단순한 허술함을 넘어 "수사관과 장윤기 아버지의 특별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고서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경찰관의 증거인멸, '친족 특례'로 빠져나가나
더 큰 문제는 장윤기 아버지가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 사건 증거를 인멸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친족 간의 특례를 두어 '본인의 배우자, 직계혈족, 동거 친족'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증거를 인멸한 당사자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점에서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오 교수는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감찰을 통해 고의성 여부를 규명하고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