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멧돼지인 줄 알았다" 동료 총에 남편 잃은 아내… 국가에 책임 물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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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멧돼지인 줄 알았다" 동료 총에 남편 잃은 아내… 국가에 책임 물었지만

2025. 09. 16 10:0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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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엽사는 징역 1년 6개월 확정

국가 상대 2.5억 손해배상 소송은 최종 패소

동료 엽사의 오발로 숨진 구제단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2억 5천만 원 손배소. 법원은 "국가 책임 없다"고 판결했다. /셔터스톡

2022년 7월 20일 밤 11시, 경남 양산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은 한 가정을 풍비박산 냈다. 멧돼지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유해조수 구제단원 B씨는 동료 엽사 A씨가 쏜 총알에 맞아 숨졌다. 가해자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남편을 잃은 아내와 세 자녀의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직접적인 가해자 A씨에 이어, 총기 관리를 소홀히 한 대한민국을 상대로 2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비극의 씨앗이 된 그날 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남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족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족은 국가의 책임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사고 당일, 가해자 A씨의 총기 위치를 추적해야 할 GPS 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였다는 것이다.


  • A씨의 휴대전화 위치확인 앱은 사고 일주일 전부터 먹통이었다.
  • 총기에 부착하는 GPS 단말기 역시 부착되지 않았다.
  • 그럼에도 경찰은 총기 출고 체크리스트에 '이상 없음'이라고 기재하고 총기를 내줬다.


유족은 "총포화약법을 위반한 경찰의 명백한 직무상 과실"이라며 "GPS가 정상 작동했다면 두 엽사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냉정한 판결 "국가 책임 없다"

참혹한 결과와 유족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비극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법적 책임의 인과관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국가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다음과 같다.


GPS 법의 진짜 목적은 '구역 이탈 방지'다

법원은 총기 위치정보수집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 주목했다. 과거 엽사들이 허가된 수렵 구역을 벗어나 살인 등 2차 범죄를 저지른 사건들 때문에 이 법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법의 주된 목적은 엽사들이 허가된 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 같은 구역 내에 있는 엽사들 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GPS가 작동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현재의 총기위치정보시스템은 엽사가 구역을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방식이다. 엽사들끼리 가까워졌을 때 서로에게 경고를 보내는 기능은 애초에 없다.


재판부는 "설령 A씨의 위치정보가 수집되고 있었다 하더라도, A씨나 망인이 서로의 위치를 미리 확인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수의 부주의'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총기를 발사하기 전, 발사 범위 내에 사람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할 A씨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있다"고 명확히 했다. 경찰의 총기 출고 절차상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법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해자 개인은 형사처벌과 민사배상 책임을 모두 지게 됐지만,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었던 유족의 문제 제기는 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참고]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 (울산)2024나12107 판결문 (2025. 7. 2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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