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환자에 엉뚱한 주사…병원, 실수 인정하더니 "60만원에 합의하자"
항암 환자에 엉뚱한 주사…병원, 실수 인정하더니 "60만원에 합의하자"
법무법인 도아 조민경 변호사 "환자 특수성 고려해 정당한 배상 받아야"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 다른 환자의 약물이 투여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셔터스톡
항암 치료 중인 어머니에게 다른 환자의 약물이 투여됐다. 병원은 처음엔 잘못을 빌다가 이제 와선 "60만원에 합의하자"고 말을 바꿨다.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바닥난 어머니의 회복을 위해 입원했던 요양병원. 그곳에서 다른 환자에게 투여됐어야 할 약물이 어머니의 몸에 주입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투약 직후 어머니는 급성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 등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사고 직후 병원은 명백한 과실을 인정하며 5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도를 바꿔 응급실 비용을 제외하면 고작 60만원의 위로금만 주겠다고 버티고 있다.
"500만원 주겠다"던 병원, 왜 말 바꿨나
사고 초기, 병원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병원 관계자들은 오투약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병원 측은 위로금 명목으로 500만원의 합의금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경황이 없었지만 병원이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에 최소한의 도리는 지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병원은 돌연 입장을 바꿔 "응급실 비용 130만원과 위로금 60만원, 총 190만원만 지급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응급실 비용을 제외하면 병원의 과실로 환자가 겪은 생명의 위협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가가 고작 60만원이라는 계산이다.
병원 측은 응급실 진료기록에 '쇼크 원인을 오투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이 있다는 점을 방패 삼아 책임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원인 단정 어렵다'는 기록, 인과관계 입증 걸림돌 될까
변호사들은 응급실 기록만으로 병원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아의 조민경 변호사는 "오투약이라는 명백한 과실 행위 직후 쇼크 증세가 발현된 점, 사고 초기 병원이 과실을 인정하며 합의를 제안했던 정황 등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매우 강력하고 유리한 증거"라며 "응급실 기록에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이 있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의료사고에서 환자 측이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의료행위 이전에 환자에게 다른 원인이 없었다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판례(대법원 99다3709 판결)를 유지하고 있다.
간호사의 오투약은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며, 병원은 소속 직원의 과실에 대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민법 제756조).
위자료 60만원? "항암환자 특수성 고려한 정당한 배상 이뤄져야"
변호사들은 병원이 제시한 190만원이 터무니없이 부당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어머니가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항암환자라는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경 변호사는 "일반 환자와 달리 항암환자에게 발생한 쇼크는 생명에 훨씬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이는 일반적인 의료사고보다 훨씬 큰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으므로 위자료 산정 시 반드시 참작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담 한정미 변호사 역시 "주사는 약효가 빠르게 전달되므로 간호사는 투약 전 약효, 부작용, 의사 지시사항 등을 재확인하고 환자 상태를 살필 의무가 있다"며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중대한 진료과오"라고 짚었다.
형사고소부터 민사소송까지…최선의 대응 전략은
병원 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감정적 대응보다 법적 절차를 통한 체계적 압박을 조언했다. 우선 병원과 응급실의 전체 의무기록 사본(간호기록지, 의사지시기록지 등)을 확보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바탕으로 형사적으로는 간호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선백 하언욱 변호사는 "담당 의사 및 간호사의 업무상과실치상죄 성립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며 경찰 고소 진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 고소는 병원 측을 합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민사적으로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치료비 전액은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 등을 청구해야 한다.
이푸름 법률사무소의 이푸름 변호사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신속히 의무기록을 확보해 실질적 배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