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도시' 우한으로 남편 보내는 아내⋯'봉쇄된 개발원' 갈 곳 없는 우한 교민
'죽음의 도시' 우한으로 남편 보내는 아내⋯'봉쇄된 개발원' 갈 곳 없는 우한 교민
사스 보다 5배 빠른 '우한 폐렴'⋯"이대로라면 사망자 6500만명"라는 시뮬레이션
정부, 30일부터 '유증상자 포함' 우한 교민 700명 국내로 데려온다
우한 교민 격리수용지, 천안 → 아산 변경 됐지만⋯농기계에 '봉쇄'

[눈물의 이별] 중국 신장 의과대학은 28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 우한시로 의료진 142명을 급파했다. 이 대학 소속 의료진 리우 준(왼쪽)이 우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30일부터 대한항공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 그곳에 고립된 교민 700여명을 국내로 대피시킨다. 국내에 들어온 우한 교민들은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에 분리 수용된다. 정부는 당초 우한에서 들어오는 교민들을 천안에 있는 공무원 교육 시설에 격리하려고 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막판에 장소를 바꿨다.
이에 대해 진천⋅아산 주민들은 "천안 주민들이 반발했다고 격리지역을 바꾼 건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우리라고 환영할 리 없다"고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어떤 근거로 격리 장소를 정했는지, 진짜 재량권을 일탈했는지 의료인 출신 변호사와 분석해봤다.

[입구 봉쇄] 정부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 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아산 주민들이 농기계로 경찰 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내일(30일)부터 우한시로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대피시킨다"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조사대상 유증상자(有症狀者⋅증상이 있는 사람)도 함께 데려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유증상자는 따로 독립된 비행기에 태우거나, 우리가 보내는 큰 비행기에서 층을 달리해 유증상자와 무증상자 간의 교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태울 것"이라며 "중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실시하는 출국 검역에서 가려진 유증상자는 격리된 비행기를 태우고, 무증상자도 잠복기일 수 있어서 좌석을 이격시켜서 옆자리는 비우고 앞도 비워서 대각선으로 앉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견하는 비행기가 최신 기종이고 공기 순환 장치가 필터링 되기 때문에, 실제로 기침이나 호흡을 통해 균이 배출된다고 해도 옆 사람으로 옮길 가능성은 사실 아주 낮다"며 "그럼에도 만약의 사태 대비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앉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기를 타고 우한에서 돌아오는 우리 국민들은 김포공항에 착륙한다. 정부 관계자는 "김포공항에는 일반 승객과 분리해서 들어올 수 있는 게이트가 있어 그곳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9일 박 장관은 "내일 우한시로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대피시킬 것이고, 유증상자(有症狀者⋅증상이 있는 사람)도 함께 데려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
귀국 교민들은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공무원 교육 시설에 나눠서 격리 수용된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국가직 공무원을,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은 경찰 간부후보생과 승진자를 각각 교육하는 공무원 전용 교육 시설이다. 외부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두 곳 모두 진천과 아산 시내에서 10㎞ 안팎씩 떨어져 있다.
정부는 당초 우한에서 오는 교민들을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두 곳에 수용하려다 지역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틀었다.
격리 수용 지역이 처음 천안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지역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정부가 재량권을 일탈해 천안에 의심 환자를 몰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후 이런 여론을 반영한 듯 진천⋅아산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반발은 격화됐다. 아산 주민들은 교민들이 격리될 인재원 입구 도로를 농기계로 막는 일까지 생겼다.
사실 정부는 특정 지역을 격리시설로 정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39조의3 1항⋅2항⋅3항)상 정부에게 주어진 적법한 권한이다. 법령에 격리시설이 갖춰야 할 요건이 명시돼있긴 하지만 요건은 비교적 간단하다. "독립된 건물로서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되어 있을 것"이나 "구획된 각 방마다 샤워 시설과 화장실이 모두 구비되어 있을 것"과 같은 정도다.
의료인 출신 '법무법인 지우'의 이경희 변호사는 "(격리시설로 정한 장소가) 해당 법령의 기준에 적합하고 적법하다면 (정부가) 재량껏 결정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재량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법률사무소 한종의 박철훈 변호사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접촉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경우 정부가 접촉자 격리시설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했다.
정부의 격리 지역 변경에 대해서도 이경희 변호사는 "천안에서 아산, 진천으로 변경하게 된 경위가 '법령상 기준이 더 적합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지역주민들의 반발 사유'만 해당된다면 재량권 일탈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하면서도 "다만 지역주민들 반발 외에도 다른 사유 때문이라면 재량권 일탈로 보기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해당 지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정도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박철훈 변호사는 "천안과 아산,진천 모두 장단점이 있는 상황이지만 아산, 진천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시설이 있고 천안과는 달리 주변 인구밀집 지역과 떨어져 있어 보다 관리에 용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도 "아산, 진천으로 변경 지정한 것이 재량범위 내라면 문제 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농기계로 봉쇄된 경찰인재개발원 입구 도로] 정부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 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아산 주민들이 농기계로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지난 2003년 사스(SARS) 사태 당시 환자 수를 넘어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9일 오전 0시 기준(현지시각)으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 수 5974명에 사망자 수는 132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과거 9개월간 중국 전체를 괴롭혔던 사스 사태 당시 총 확진자 5327명보다 많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만든 '우한 폐렴' 전파 지도. 29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는 5578명으로 집계됐다. 사스 당시보다 5배 빠른 속도다. /존스홉킨스대학
29일 미국 언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에릭 토너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 박사는 지난해 10월 가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1년 동안 6500만명을 사망하게 할 거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 중국 정부는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우한 폐렴과 전쟁을 선포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신장 의과대학은 의료진 142명을 우한으로 보냈고, 닝샤 후이족 자치구에서도 의료진 135명을 급파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지우'의 이경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한종'의 박철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이경희 변호사 ·로톡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