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리다 뛰어오던 취객과 '쾅'… 팔 부러진 사고, 과연 누구 잘못일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지하철 내리다 뛰어오던 취객과 '쾅'… 팔 부러진 사고, 과연 누구 잘못일까

2026. 05. 26 16:2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안전선 밟고 달리는 비정상적 승강장 이용, 예측 불가능해"

하차 승객 '무죄'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하철에서 내리다 승강장을 내달리던 승객과 부딪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5년 3월 8일 밤 10시 47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승강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차에서 하차하던 피고인 A씨와 승강장으로 뛰어가던 39세 여성 B씨가 강하게 부딪힌 것이다.


이 충돌로 B씨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팔꿈치 뼈가 부러져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급하게 하차한 과실이 있다며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안전선 밟고 내달린 취객 vs 뒤늦게 내린 승객


사건의 전말은 CCTV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A씨와 B씨는 같은 전동차 10번 칸에 탑승하고 있었다.


먼저 10-3번 출입구로 내린 B씨는 9번 칸에서 하차한 남자친구를 발견하고 그를 향해 승강장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마침 10-1번 출입구의 노란 안전선 표시 보도블럭에 B씨가 이를 무렵, 뒤늦게 하차하던 A씨의 왼쪽 몸과 달려오던 B씨의 오른쪽 몸이 충돌했다.


법정에서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상적으로 하차하던 중이었고, 피해자가 승강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안전선 안쪽으로 뛰어와 부딪힌 것"이라며 자신에게는 사고를 피할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씨가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급하게 내리느라 전방과 좌우를 살피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 "비정상적 승강장 이용까지 예측할 의무 없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염혜수 판사는 지난 12월 16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B씨의 비정상적인 승강장 이용에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사고 당시 사케를 약 3잔 정도 마신 취중 상태였으며, 남자친구를 향해 승강장 안전선을 밟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재판부는 "안전선은 승하차 시를 제외하고는 출입이 제한된다"며, "전동차 출입문과 근접한 위치에서 전동차와 수평으로 달리는 행위는 지하철 승객의 일반적인 승강장 이용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의 하차 타이밍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5초 뒤 대부분의 승객이 하차한 뒤 내리긴 했으나, 출입문이 닫히기까지 6초나 더 남아 있었으므로 "특별히 뒤늦게 하차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A씨가 하차 시 왼쪽 방향을 살피지 않고 다소 급한 몸짓으로 내린 사실은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동차 안쪽에서 전방과 좌우를 살폈더라도 바깥쪽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왼쪽에서 뛰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부딪힌 위치가 전동차 출입문 안전선 안쪽이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어 "지하철 승객이 전동차에서 승하차 할 당시 살필 주의의무는 전후방에서 함께 승하차 하는 승객들과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하차하기 위함"이라며, "이 사건 피해자와 같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승강장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예견하고 이를 회피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적인 평균인의 주의 정도를 다했다면, 예측할 수 없는 타인의 돌발 행동으로 발생한 사고까지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