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 회사로 칼 들고 찾아갔는데 집행유예? 이 재판의 속사정
전 여자친구 회사로 칼 들고 찾아갔는데 집행유예? 이 재판의 속사정
전 여자친구 상대로 한 온라인 폭력, 여자친구 직장동료에게 저지른 '특수폭행치상'
검찰은 두 사건을 '한 몸'처럼 보기 원했고, 변호인은 떨어뜨리려 애썼다

전 여자친구의 직장에 흉기를 들고 찾아간 남성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많은 사람들이 "범죄자를 왜 풀어주느냐"고 반응했다. 해당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로톡뉴스가 이러한 결론이 나오게 된 이유를 정리해봤다. /셔터스톡
여자친구의 카카오톡을 해킹해, 성관계 음성 등을 지인들에게 마구잡이로 뿌려댄 남자친구. 이 일로 여자친구가 이별을 고하자, 이번엔 함께 다니던 회사 서버에 사생활이 가득 담긴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참을 수 없었던 전 여자친구 B씨가 고소장을 내자, 급기야 칼 두 자루를 챙겨 B씨가 새로 이직한 회사로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그를 막아섰던 B씨의 직장동료가 다쳤다.
최근 진행된 이 사건 재판에서 A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를 두고, "저런 범죄자를 어떻게 풀어줄 수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해당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로톡뉴스가 이러한 결론이 나오게 된 이유를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전 여자친구에게 저지른 범죄는 '모두' 빼고, 직장동료를 '다치게 한 혐의'로만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에서 열렸다. 구속된 상태라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장에 선 피고인 A씨는 모든 질문에 어렵게 입을 뗐다. 뇌병변 3급으로 언어장애가 있는 탓이었다.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동료 사이로 만난 두 사람. 곧 연인 관계로 발전했지만 한 달 만에 헤어졌다. 남자친구 A씨의 무차별적인 온라인 폭력 때문이었다. 결별 후에도 그는 SNS 등을 이용해 B씨를 모욕하고 협박하다가, 끝내 흉기를 들고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전 여자친구 B씨 직장에서 칼을 휘두르다 경찰에 체포된 A씨는 두 개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가 됐다.
① 고소당한 사건 : B씨의 카카오톡 해킹, 성착취물 유포, 명예훼손 등 사건
② 현행범으로 잡힌 사건 : B씨의 직장 동료를 칼로 찌른 특수폭행치상 사건
문제는 이 두 개의 사건이 하나의 재판으로 합쳐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②)에 앞서 A씨는 B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는데, 이 사건(①)은 별도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두 번째 사건(②)이 먼저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A씨 변호인도 이 점을 파고들었다.
"피고인(A씨)이 B씨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건 맞습니다. 그건 다른 재판에서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겁니다. 다만 이 사건 피해자는 B씨가 아니라 직장동료 C씨입니다. 둘을 꼭 분리해서 봐주셔야 합니다."
재판장도 이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실제로 재판 초반에는 검사조차 증인으로 나온 전 여자친구 B씨를 가리켜 '피해자'라고 거듭 언급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사, 이 사건 피해자는 B씨가 아니라 C씨입니다. 명확하게 해주세요."
사건이 둘로 쪼개졌다 하더라도, 칼 두 자루를 품고 찾아가 이를 말리던 사람(전 여자친구의 직장동료 C씨)을 다치게 했다는 사건(②)만으로도 큰 범죄다.
아침부터 시작한 이날 재판은 오후 들어 '본론'에 들어갔다. 이번 특수폭행치상 사건의 진짜 피해자인 C씨가 증인석에 섰다. 피해자는 B씨를 찾으며 회사로 들어가려는 A씨를 막다가 흉기에 베여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C씨 몸에 난 상처가 정말 A씨가 든 칼 때문에 생긴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일었다. C씨가 직접 제출한 상해 진단서조차, 폭행 과정에서 생겼을 법한 멍이나 염좌 증세라고 돼 있었다. 반면 칼에 찔리거나 베어서 상처를 입었다는 증거는 부족했다.
A씨가 칼을 휴대하고(특수), C씨의 몸을 밀었다(폭행)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상해까지 입혔다는 점은 끝내 증명되지 못했다. 결국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특수폭행치상이 아닌 '특수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구속돼 있던 A씨는 이날 풀려났다. 그가 재판정을 빠져나가기 전, 김창형 부장판사는 피고인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마지막 당부를 했다.
"피고인, 나가더라도 자중 또 자중하셔야 합니다."
전 여자친구에 대한 형사사건 재판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기인한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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