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만 노린 한밤중의 전화⋯피해자 여럿이어도, 반복성 인정 안 되면 처벌 불가?
여학생만 노린 한밤중의 전화⋯피해자 여럿이어도, 반복성 인정 안 되면 처벌 불가?
최근 140여명의 대학생들이 받은 미스터리한 연락 "동문인데, 연락하고 지내요"
같은 수법으로 학교와 학교명 바꿔가며 여성에게만 연락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연락하는 이유도 알 수 없어⋯불안감 높아져

최근 한 대학교 학생들이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비슷한 내용의 연락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특이하게도 그 연락을 받은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다. /YTN 캡처
"OO씨죠? 같은 대학 동문인데, 연락하고 지내요.”
최근 한 대학교 학생들이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비슷한 내용의 연락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특이하게도 그 연락을 받은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다.
전화를 건 그는 자신을 대학 동기 또는 선배라고 소개하면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모티콘을 섞은 문자 메시지는 원래 알고 지낸 사이인 것처럼 친근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학생들 모두 이 미스터리한 인물 A씨를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연락을 해오는 상황이라 학생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연락하는 이유도 모르는 상황.
심지어 그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만 연락을 한 것도 아니다. 같은 수법으로 학교와 학과명을 바꿔가며 다른 대학교 학생들에게도 연락을 하고 있었다. 이때도 여성에게만 했다. 이렇게 A씨에게 연락을 받은 대학생은 최소 3개 학교의 약 140여명.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연락을 한 A씨. 장난이라고 넘어가기엔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를 처벌할 방법이 있을까.
보통 전화, 문자 등의 연락해 괴롭힌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처벌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40호는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문자메시지·전자우편 등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괴롭힌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으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괴롭힘'을 넘어서 '불안감'을 전달한 경우엔 형량이 확 올라간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3호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영상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두 조항 모두 '반복적인 연락'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법에 정해진 횟수는 없지만, 연락을 2회 반복했을 때 우리 법원은 "반복성 인정 안 된다"고 판단했고, 4회 반복했을 때는 "반복이 맞는다"고 한 판결 내렸다.
따라서 피해자가 많더라도 A씨가 각각의 피해자에게 3번 미만의 연락을 취한 거라면, 경범죄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두 조항이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반복성' 요건이 결여돼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씨를 처벌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① 개인정보 수집 : 정보통신망법 위반
100명이 넘는 여성들의 연락처와 이름을 알고 있는 A씨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확보했을 확률이 높다. 피해자들의 반응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 이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부정한 목적으로 제공받은 사람과 제공한 사람 모두를 처벌한다. A씨가 이 경우에 해당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② "만나자" "학교생활 못 하게 하겠다" 발언 : 협박죄
대학생들에게 "연락하고 지내자", "만나자", "학교생활 못 하게 만들겠다" 등 A씨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협박죄는 다른 사람에게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전달해 공포심을 느끼게 하면 성립한다. 가해자가 실제 해를 끼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을 받은 사람이 그러한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다고 인식하면 된다.
즉, A씨의 발언으로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였다면 협박죄가 인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