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9조 포스코이앤씨 정말 문 닫나? 대통령의 '면허 취소' 경고, 법적으로 따져보니
연매출 9조 포스코이앤씨 정말 문 닫나? 대통령의 '면허 취소' 경고, 법적으로 따져보니
성수대교 붕괴 후 30년 만의 '초강수'
현행법상 '산재 사망'에 적용은 첫 시도, 법적 쟁점은?

6일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경기도 광명시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 한마디에 연매출 9조 원의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올해 들어서만 5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산업재해 사고에, 대통령이 직접 '건설업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이는 단순 과징금을 넘어 사실상 '업계 퇴출'을 거론한 초강수로, 건설업계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건설사의 면허가 취소된 것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동아건설의 등록이 말소된 것이 유일한 사례다. 30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극약 처방' 카드를 대통령이 다시 꺼내 들면서, 과연 산업재해 사고만으로 건설사의 문을 닫게 할 수 있는지 법적·현실적 가능성을 짚어봤다.
'부실시공'과 '산업재해', 법의 잣대는 다르다
대통령의 지시가 실제 행정처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험난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이 규정하는 면허 취소(등록 말소)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부실시공'으로 공중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다. 즉, 성수대교 붕괴처럼 불특정 다수의 시민 안전을 위협한 대형 사고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하지만 포스코이앤씨의 사례는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미흡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것을 일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부실시공'과 동일 선상에 놓고 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산업재해로 인한 경우에도 관련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정부가 법 적용을 강행한다면, 포스코이앤씨는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의 부당성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이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쟁점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쟁점: '비례의 원칙'과 '해석 확장'
① 과잉금지 원칙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행정처분은 위반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서는 안 된다는 '비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법원은 포스코이앤씨의 산재 사고가 사회에 미친 위험 정도와 면허 취소라는 극단적 처분이 균형을 이루는지를 따질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사회적 재난과 개별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의 무게를 법원이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이다.
② 법률 해석의 확장 가능성
정부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는 곧 안전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며, 이는 잠재적으로 공중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광의의 부실시공'이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를 들어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③ 공공입찰 제한이라는 '현실적 카드'
면허 취소보다 현실적으로 더 유력한 제재는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다.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한 중대재해 발생 시에만 입찰 제한을 요청할 수 있어, 5건의 사고에서 각 1명씩 사망한 포스코이앤씨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사망자 기준을 '1명'으로 낮추는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어서, 이는 건설업계에 즉각적인 압박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퇴출 경고'는 단순한 엄포를 넘어,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비록 면허 취소라는 극약 처방이 법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사태가 건설업계의 실질적인 안전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법적 공방으로만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