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왕복 9차선 도로에서 벌어진 사망사고, 2018년 8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 강남 왕복 9차선 도로에서 벌어진 사망사고, 2018년 8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무단횡단 보행자를 차로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
쟁점은? 피고인이 운전자의 주의의무 다 했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 배심원단 전원 유죄 평결⋯재판부는 금고 1년 선고

하나의 교통사고를 두고 피해자 측과 가해자의 입장은 엇갈렸다. 양쪽을 모두 고통에 빠트린 지난 2018년 8월의 사건.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사고 이후 피해자의 지난 3년>
교통사고로 남편이 사망했다. 한순간에 아이는 아빠를 잃었다.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한국 대기업에 스카우트 될 정도로 성실히 공부하고 노력하던 사람이었다.
당시 3살이었던 아이는 아빠의 장례식장에 의사놀이 장난감을 들고 갔다. "아빠가 아프다"는 어른들의 말 때문이었다. 이제 아이는 '하늘나라'로 간 아빠를 찾기 위해 지구본을 볼 정도의 나이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하늘나라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는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운전자가 앞만 제대로 봤다면, 과속만 하지 않았다면 그날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과하고 싶지 않다"는 가해 운전자 A씨의 말이 마음을 더욱 헤집는다.
<사고 이후 가해자의 지난 3년>
그날은 새벽 1시 35분이었다. A씨가 집으로 향하던 길. 서울 강남구의 왕복 9차선 도로 중간에서 사람이 나타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피해자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자신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집 밖에 나오지 못했다. 유족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사과는 못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간간이 아르바이트로 이어가는 생계. 합의금도 없이 유족을 찾아가 사과하면 받아줄까 싶었다. 앞만 잘 보면 피할 수 있던 사고라고 말 하는데, 정말 그런 걸까. 자책과 함께 억울한 마음도 든다. '진짜 피할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
하나의 교통사고를 두고 피해자 측과 가해자의 입장은 엇갈렸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양쪽을 모두 고통에 빠트린 지난 2018년 8월의 사건. 이에 대해 지난달 3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고는 강남구의 한 사거리, 왕복 9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피고인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이곳을 지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피해자는 무단횡단으로 중앙선을 넘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운전 과실이 없었더라도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는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피해자 측은 "과속하지 않고, 앞만 잘 봤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 내내 모든 쟁점마다 운전자인 피고인의 과실 여부로 부딪혔다.
재판의 쟁점 1. "사고 당시 비가 왔을까"
재판에서는 '비'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비가 쟁점이 됐던 것은 제한속도 때문이었다.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 만약 비가 계속됐다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20% 속도를 줄인 시속 48km여야 했다.

유족 측을 대표하는 검찰은 "CC(폐쇄회로)TV를 보면 도로가 젖어 반짝이고, 우산을 든 보행자들이 있다"며 사고 당시 비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 등의 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당시 과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나선 공판검사는 "A씨는 (제한 속도를 초과해) 약 72km로 달렸고 피해자와 충돌하기 직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빨라졌다"고 했다.
검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사고 영상을 여러 차례 재생해 보여줬다. 그러면서 "영상을 보면 (차량에 충돌한) 피해자가 공중에 날아올라 회전하는 횟수, 바닥에 떨어진 충격 등을 보면 속도를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을 본 배심원은 입을 막기도 하고, 유족들은 고개를 돌렸다.
반면 피고인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당시 기상청 자료를 보면 강수량이 1mm에 불과하다면서, 이만큼의 비로도 제한속도를 48km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법정에 출석한 최초 출동 경찰도 보고서에 '흐림'으로 날씨를 기재했고 "비라고 체크하면 많이 내렸다고 생각할까 봐 고민해서 그렇게 기재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변호인은 도로가 젖어있기는 비는 그쳤으니 제한속도가 48km가 아닌, 60km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남경찰서 교통조사계 분석(시속 58.8km)을 근거로 피고인의 과속도 부인했다.
재판의 쟁점 2. "운전하며 전방주시 했나"
피고인의 차량도 쟁점이 됐다. 짙게 선팅된 유리창과 한쪽이 고장 난 전조등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차량 유리창의 가시광선 투과율은 법정 기준에 못 미쳤다. 짙게 선팅이 돼 있었다는 의미다. CCTV 영상을 통해 한쪽 전조등이 켜지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검찰 측은 "사고 차량은 안전 운전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짙은 선팅으로) 비 내리는 야간에 전방주시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만한 방해물이 없는데도 밝은 상의를 입고 걸어오는 피해자를 못 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이미 선팅된 중고차를 구입한 거라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폐차를 할 때야 알았다며 "운전할 때 지장이 없었다"고 했다. 전조등 고장도 "사고가 난 후에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 술을 마시거나 통화를 하는 등 운전에 집중할 수 없던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방어 운전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은 "당시 우측에서 나타난 택시를 피하기 위해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변경했다"며 "그 순간, 중앙선을 넘어 1차선에 진입한 피해자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어찌할 도리 없이 발생한 사고였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배심원과 재판부에 요청했다. 빗길 과속 등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피고인이 유족에게 합의나 보상의 노력을 하지 않은 사실도 고려해 달라고 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만약 오토바이나 트럭이 피해자처럼 중앙선을 넘어와 충돌이 발생했다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며 "오토바이 등이 아닌 사람이라는 이유로 피고인이 가해자가 된 상황에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사과하고 싶어도 형편상 그럴 수 없던 점도 반영해달라고 했다.
배심원단의 판단은 어땠을까. 재판 시작 약 10시간 만에 나온 결과는 '유죄'. 배심원(7명) 모두 만장일치였다. 이중 5명은 금고 1년 6개월, 2명은 금고 2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21-3형사부(재판장 장용범 부장판사)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야간에 비가 내려 도로가 젖은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제한속도를 시속 48km로 판단하고 "피고인은 과속한 게 맞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안전 운행에 문제가 있는 자동차를 운전했고, 전방 주시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해자가 사망했고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하는 점은 불리한 양형 사유로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종합 승용차 보험을 체결했으며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에게 금고 1년을 선고한 재판부. 선고의 순간 피고인은 고개를 떨궜고, 유족은 눈물을 터뜨렸다. 사건 발생 약 3년, 기소 후 약 2년 만에 열린 '빗길 교통사고 사망사건' 재판은 피고인이 법정구속 되며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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