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 PD 집단 이직에 35억 소송 건 제작사, 되레 5000만원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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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타 PD 집단 이직에 35억 소송 건 제작사, 되레 5000만원 물게 됐다

2025. 07. 22 16:5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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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전체 이직'에 격분해 소송 제기했지만

법원 "불법적 인력 빼가기 증거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때 방송가를 주름잡던 스타 PD B씨를 영입하며 '콘텐츠 왕국'을 꿈꿨던 제작사 A. 하지만 3년 만에 B씨와 그의 팀원 전체가 경쟁사로 떠나자, A사는 "핵심 인력을 통째로 빼갔다"며 35억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A사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B씨에게 5000만 원을 물어주게 됐다.


10억 계약금 안고 '동지'에서 '적'으로

시건의 시작은 202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주가를 높이던 PD B씨는 제작사 A의 예능 본부장으로 화려하게 이직했다. A사는 B씨를 영입하며 '방송집필계약'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3편에 총 10억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계약을 맺었다.


법원은 이 계약이 단순한 작가 계약이 아닌, B씨의 연출 능력과 스타성을 보고 지급한 일종의 '사이닝 보너스' 성격의 포괄적 연출료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양측의 관계는 2023년 9월, B씨가 경쟁사로 이직을 통보하며 파국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를 따르던 예능본부 직원 11명 전원이 불과 석 달 사이에 모두 사직서를 내고 경쟁사로 둥지를 옮겼다. 한순간에 예능본부가 공중분해된 A사는 격분했다.


A사는 "B씨와 경쟁사가 공모해 조직적으로 핵심 인력을 유인했다"며 B씨와 그의 아내, B씨가 세운 회사, 그리고 경쟁사를 상대로 35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사는 B씨가 재직 중에 경쟁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회사의 영업비밀까지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냉정한 판단 "불법행위, 증거 없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2부(재판장 이현석)는 A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의 집단 이직이 피고들의 '불법적인 유인 행위'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작2본부 직원들은 자발적 선택에 따라 경쟁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각자 별도의 연봉협상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 역시 앞서 같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B씨가 재직 중 경쟁사 업무를 했다거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주장 역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A사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 자료들에 대해 "비밀이라고 볼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는 등 비밀로 유지·관리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반격 "못 받은 돈 5000만 원 줘야"

A사의 패소로 끝날 것 같던 재판은 B씨 측의 맞소송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B씨는 "A사가 당초 약속한 10억 중 잔금 2억 8000만 원을 주지 않았다"며 미지급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 중 5000만 원에 대해서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이 된 것은 시트콤의 중도금 5000만 원이었다. 계약서에는 '10회분 방송 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를 '불확정기한부 채무'로 해석했다. '방송 후'라는 조건이 달성되지 않았더라도, B씨가 10회 분량의 제작을 완료했고 방송 자체가 불가능해진 현시점에서는 돈을 지급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제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한 B씨의 청구는 기각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 2023가합98660(본소) 2024가합44035(반소) 판결문 (2025. 7. 11.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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