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려고 무단횡단하다 사망한 택시운전사, “업무상 재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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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려고 무단횡단하다 사망한 택시운전사, “업무상 재해 맞다”

2019. 09. 22 14:36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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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하라" 판결

점차 폭넓게 인정되는 산업재해 판정 경향

도로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를 구급대원이 응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 /셔터스톡

택시운전사가 근무 시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택시운전사 김모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택시 운행시간 중 경기 성남의 한 시장 도로변에 주차를 했다. 이후 건너편 시장의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지나가던 버스에 부딪쳐 목숨을 잃었다. 김씨 유족은 “택시 운행 중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김씨가 사고 현장에서 2㎞ 떨어진 회사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며 “시장에 간 것은 개인 물건을 사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업무와 사고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개인 물건 구매를 위해 시장에 갔다’고 적힌 회사 측 사고경위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공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 측 사고경위서는) 동료 기사들 얘기를 듣고 추측해 쓴 것이고, 교대시간이 2시간 남았고 손님이 더 탑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물품을 사러 시장에 들렀을 것으로 추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주변 블랙박스 영상에도 김씨가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은 없었다고 한다.


또 재판부는 “택시를 주차하고 시장에 갔다가 나와 사고 발생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5~7분 정도에 불과했다”며 “그 시간 동안 화장실을 다녀왔다고 추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무단횡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라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공단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는 평소 불법주차 차량과 무단횡단자가 많은 장소였다”며 “김씨가 당시 무단횡단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 배제 사유로 볼 순 없다”고 밝혔다.

점차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산업재해⋯'출⋅퇴근 사고'도 올초부터 전면적 인정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인정하지 않았던 사고들도 산업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월 출근 중 빙판길에 넘어져 몸을 다친 건설회사 직원에 대해서 법원은 "산업재해가 맞는다"고 판시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사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도중 실제로 발생하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회사가 제공하는 통근 버스를 이용한 경우처럼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 사고가 났을 때만 산업재해로 인정했었다.


이는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변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규정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인 차량을 이용한 보다 일반적인 출⋅퇴근 교통 사고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입법부도 이 결정에 따라 지난해 1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했다.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당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법문화한 것이다.


'윤주연 법률사무소'의 윤주연 변호사는 "업무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 반복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라며 "운전 등 통상 업무를 보다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입은 피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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