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송병기 수첩, 2017년 안종범 수첩과는 다르다
2019년의 송병기 수첩, 2017년 안종범 수첩과는 다르다
'朴 국정농단' 이어 또 뇌관으로 떠오른 업무수첩
증거 인정 안된 '안종범 수첩'⋯이번에도 증거 인정 안 될까?

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송병기 울산 부시장의 업무 수첩이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자필로 적은 '업무수첩'이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첩이다. 검찰이 지난 6일 확보한 그의 수첩에는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전후의 일들이 자세히 담겼다. 특히 송병기 부시장이 청와대와 협의한 내용이 꼼꼼하게 적혔다. 검찰에 따르면 수첩에는 'BH(청와대)'와 'VIP(대통령)'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한다.
이런 수첩은 과거에도 있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다. 특검이 확보한 이 수첩은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국정농단 전체를 입증할 사초(史草)이자 핵심증거"로 불렸다. 하지만 얼마 전 대법원은 "안종범 수첩은 증거력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전해 들은 것은 직접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송병기 수첩'의 증거력은 어떻게 될까.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이 '안종범 수첩'의 증거력을 부정한 결정적 이유는 이 수첩이 '전해 들은 것'을 적은 증거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벌 총수와 독대한 자리에서 최서원(옛 이름 최순실) 일당에게 이권을 주도록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을 통해 이 범죄사실을 입증하려 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독대 자리에 배석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독대를 마친 뒤 안 전 수석을 만나 면담 내용을 불러줬고 안 전 수석이 이를 수첩에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은 (들은 내용을 정리한) 전문증거"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여 수첩의 증거력을 부정했다. "안종범의 업무수첩은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하여 자신이 경험한 사실 등을 기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송병기 수첩'은 다르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함께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대담을 나눈 뒤 그 내용을 수첩에 적었다. 직접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들은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전해 들은 것을 적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전문증거 배제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간접증거로서 직접증거에 준하는 증거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병기 수첩'과 '안종범 수첩'은 수사기관이 확보한 절차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다. 영장을 토대로 수집했는지 여부가 다르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을 영장에 기반하지 않고 수집했다. 보좌관 김모씨를 통해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이 때문에 안 전 수석 측은 재판 내내 "보좌관을 압박해 넘어간 증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은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엔 영장을 발부받아 송병기 수첩을 수집했다. 문제가 일어날 소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