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은 불구속하는 게 맞지만, 손혜원 '만' 불구속한 건 문제다
손혜원은 불구속하는 게 맞지만, 손혜원 '만' 불구속한 건 문제다
손혜원 전 의원, 1심에서 실형 선고됐지만 법정구속은 면해
이례적인 법원의 이번 결정, 변호사들은 어떻게 볼까?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실형이 선고되면 법정구속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손 전 의원은 구속을 면했다. /연합뉴스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은 피한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조계 안팎에서는 요 며칠 "특혜 아니냐"는 말이 오갔다. 수감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령이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법정구속 면제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방어권을 보장해 줘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하는 데 그쳤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은 손 전 의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당연히 가져야할 권리다. 따라서 '무엇이 특별한 사정'인지가 중요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
변호사들에게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 "손 전 의원에게만 제공된 일종의 특혜로 보인다"는 답이 대다수였다. 실무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역시 손 전 의원은 구속됐어야 하는 걸까. 그건 또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문제의 핵심은 손 전 의원 '만'이 불구속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정구속의 기준은 대법원 예규에 있다.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규정이다.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재형 2003-4)다.
'원칙적 구속, 예외적 불구속'인 것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이 대법원 예규는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면 "이보다 상위에 있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위 법령인 대법원 예규와 달라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사건이 대법원 등에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하위 법령인 예규가 이를 뒤집는 지침(실형 선고 시 법정구속)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설 변호사의 지적이다.
설 변호사는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며 예규가 아닌 형사소송법상 '도주 우려'를 근거로 구속시킨다고 하더라도, 역시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실형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법정구속할 게 아니라 피고인의 가족, 신분관계, 직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이런 점에서 변호사들은 "손 전 의원의 불구속은 헌법이 피고인에게 보장한 원칙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특혜가 맞는다"고 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는 손 전 의원 등 유력인사만 가지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지는 권리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는 "이번 불구속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며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불구속된 사건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이라면 이러한 결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인에 대한 일종의 특혜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재판부가 합의할 기회를 주기 위해 실형을 면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방어권 보장을 위해 면해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손 전 의원이 범행을 극구 부인한 점이 항소심(2심)을 불구속 상태에서 다투도록 하는 사유가 된다"고 말한다.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힌다면, 당장 구속됐다가 억울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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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는 "그건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그러한 이유라면 1심에서 무죄 주장을 한 피고인 대부분이 법정구속을 피해야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현섭 변호사 역시 "일종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보여질 수 있는 문제"라며 "심대한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동의했다.
법률사무소 서약의 신성현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유명인과 일반인 사이의 형평성의 문제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유명인의 경우 지금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일반인의 경우 덜 엄격하게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다만 "손 전 의원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이유가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항소심(2심)을 불구속 상태로 진행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손 전 의원이 끝까지 다퉈 보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