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벗기기 힘든 청바지 입어 성폭행 어렵다"는 주장, 2019년에도 받아준 군사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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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벗기기 힘든 청바지 입어 성폭행 어렵다"는 주장, 2019년에도 받아준 군사법원

2021. 06. 05 11:07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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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으로 비판 받은 서울지법 판결

최근 민간 법원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이지만

군사법원은 2019년에도 이 주장을 '무죄' 근거로 봤다

지난 2019년, 군사법원에서 30년 전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 판결이 재현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아직도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곳이 있다. 군사법원이다. 로톡뉴스는 최근 군사법원이 성범죄 가해자들의 해묵은 전략 하나를 받아준 것으로 확인했다. 이른바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이다.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이 지났지만, 이 판결은 두고두고 비판받고 있다. 당시 법원은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청바지는 쉽게 벗기기 힘들다"며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였다. 재판장도 "피해자가 반항하는 상태라면 찢어지지 않는 청바지를 내리고 성폭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행히 최근 민간 법원은 이를 바로잡고 있다. 지난 2016년 위와 같은 논리를 펼쳤던 성폭행 사건에서 전주지법은 무죄였던 1심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9년 대법원도 같은 전략을 펼친 이윤택 전 연극감독에게 실형 판결을 확정했다.


진일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판사는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 미국 긴즈버그 대법관의 어록이 한국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예외는 있었다. 지난 2019년, 군사법원에서 30년 전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 판결이 재현됐다.


군사법원 "상처 없이 청바지 벗기기는 매우 어렵다"

랜덤채팅을 통해 고등학생 한 명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신 군인 A씨. 사건은 한 아파트 계단 앞에서 벌어졌다. 피해자는 당시 "A씨가 힘으로 바지를 벗겼고 이후 성범죄를 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를 제압하거나, 저항을 곤란하게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현행법상 A씨가 받은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 등)의 구성요건인 저항을 하지 못하게 할 만한 폭행⋅협박 등이 없었으니 무죄라는 주장이었다.


CC(폐쇄회로)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기에 재판의 쟁점은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 였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9월 이 사건을 심리한 제3군단 보통군사법원(재판장 김지아 군판사)은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성범죄를 당했다"고 한 피해자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은 근거 중 하나가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이었다. 김 군판사는 "피해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피해자)의 청바지를 강제로 벗기려면 상당히 강한 강제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한, 청바지를 입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음과 같은 논리 구조였다. ①피해자가 저항했다면 상처 없이 청바지를 벗기기는 매우 어렵다. ②그런데 피해자는 상처나 저항으로 인한 통증을 언급하지 않았다. ③따라서 "A씨가 힘으로 바지를 벗기고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이는 30년 전 "피해자가 반항하는 상태라면 찢어지지 않는 청바지를 내리고 성폭행하는 것은 어렵다(①)."고 본 서울지법 판결 논리와 같다. 현재 이 사건은 군사법원에 의해 확정됐다.


"합당한 이유 없이 재판장이 피해자의 진술 배척"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 /로톡DB

로톡뉴스는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를 맡고있는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에게 해당 판결문을 공유한 뒤, 선고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 변호사는 "합당한 이유 없이 재판장이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직도 대다수의 성범죄 가해자들은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 주장을 펼치지만, 민간 법원에서는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실무적으로도) 피해자의 복장 자체를 판단 요소로 삼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판례의 태도와 맞지 않는 판결이 군사법원에서 나왔다"며 "피고인이 군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사실 인정 여부가 달라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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