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등록하고 운동은 안 하고 샤워만 했습니다…사장님이 자제해달라는데, 잘못한 건가요?
헬스장 등록하고 운동은 안 하고 샤워만 했습니다…사장님이 자제해달라는데, 잘못한 건가요?
1년 치 요금 내고 샤워시설만 이용
법조계 "약관에 명시 안 됐다면 부당한 간섭"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퇴근길 헬스장에 들러 운동은 1분도 하지 않고 샤워만 하고 가는 회원.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내 돈 내고 씻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회원과 "샤워장만 쓸 거면 자제해달라"는 사장님의 팽팽한 기싸움을 법의 잣대로 들여다봤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퇴근하는 길목에 있는 헬스장의 1년 이용권을 결제했다. 하지만 피곤한 날이 많아 개인 수건만 챙겨 들고 가 헬스장 샤워실에서 씻기만 하고 집으로 향하는 날이 잦았다.
이를 지켜보던 헬스장 사장님은 얼마 후 A씨에게 "샤워만 하고 가는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내 돈 내고 1년 결제했는데, 운동을 하든 샤워만 하든 무슨 상관이냐"며 "그럼 운동 5분만 하고 샤워하는 건 괜찮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돈 내고 샤워시설만 이용, 법적으로 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씨의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헬스장 이용계약은 회원이 낸 요금으로 운동기구뿐만 아니라 샤워실 등 부대시설 전반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가입 당시 동의한 이용약관에 '샤워시설 단독 이용 금지'라는 조항이 없다면, 운동을 생략하고 씻기만 하는 행위는 계약상 허용된 회원의 정당한 권리다.
계약서에 없던 조건, 사후에 강요할 수 있을까
사장님의 "샤워만 하고 가지 마라"는 요구는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르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을 사후에 들이미는 것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어 무효가 된다.
애초에 계약 내용에 없던 의무를 일방적으로 지우는 것은 명백히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다.
샤워 얌체족, 다른 회원의 권리를 침해할까
그렇다면 A씨가 다른 회원들에게 피해를 준 것일까.
민법상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A씨의 행동을 타인의 권리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
통상적인 범주를 벗어나 샤워실을 몇 시간씩 독점하거나 비품을 고의로 낭비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가 아니라면, 단순히 '샤워만 하고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영업방해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헬스장 측이 회원에게 특정 방식으로 시설을 이용할 의무(운동)를 부과하는 것은 계약상 근거가 없는 부당한 간섭이다.
약관의 해석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식의 강요는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해지를 막거나 환불을 거부한다면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헬스장 측이 이른바 '샤워 얌체족'과의 분쟁을 피하고 싶다면, 구두로 눈치를 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약관에 '시설 이용 시간 및 부대시설 단독 이용 제한' 등의 규정을 명확히 적어두고 가입 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