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쏘아 올린 '탈모 바우처'⋯법원은 탈모를 질병으로 볼까?
이 대통령이 쏘아 올린 '탈모 바우처'⋯법원은 탈모를 질병으로 볼까?
정부, 병원 안 가는 2030에 '탈모 바우처' 지급 검토
분류체계상 명백한 질병이지만 보험 재정 우선순위서 밀려

정부가 의료 이용이 적은 20~30대에게 건강보험료의 10%를 바우처로 환급해 탈모 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 이용량이 적은 20~30대 청년들에게 전년에 납부한 건강보험료의 10%(최대 12만 원)를 바우처로 돌려주고, 이를 탈모 치료 등 비급여 진료비로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정책의 배경에는 보험료는 내는데 혜택은 받지 못한다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탈모가 법적으로 '병'인지 아니면 단순한 '외모 관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탈모, 법적으로는 명백한 '질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탈모는 현행법상 명백한 질병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의사는 진단서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른 질병 기호를 기재해야 하는데, 이 분류체계에 탈모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원형탈모증(L63), 안드로겐탈모증(L64) 등 코드가 부여되어 있으며 이는 피부 및 피하조직의 질환 범주에 속한다. 과거 수원지방법원 역시 탈모를 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는 의학적 상태로서 질병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2006구단6745 판결).
질병인데 왜 건강보험 혜택은 못 받을까
질병임에도 비급여가 대부분인 이유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독특한 규정 때문이다. 우리 법은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해서는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남성형 탈모나 노화에 따른 탈모는 주로 외모와 관련된 문제로 인식되어 성형수술이나 미용 시술과 유사하게 취급되어 왔다. 즉, 의학적으로는 질병이지만 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다만 자가면역질환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중증 탈모는 질병적 성격이 명확해 일부 치료에 급여가 인정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생존' 선언⋯바우처 방식의 법적 쟁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 문제"라며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면적인 급여화 대신 '바우처 지원'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이는 탈모의 질병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재정 부담을 고려한 차선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몇 가지 숙제가 남는다. 비급여 진료비는 기본적으로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사적 자치에 맡겨져 있어 가격 통제가 어렵다. 정부가 바우처를 지원하더라도 병원이 가격을 임의로 인상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또한 특정 병·의원 쏠림이나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