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방부가 함께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당신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방부가 함께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성추행 피해' 공군 중사 유족 측, 국선변호사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
군사법원법까지 개정하며 "상명하복 한계 극복할 수 있게 하겠다" 약속했지만
피해 신고 후 면담 '0번'⋯피해자 편에 선 軍은 없었다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 모 중사.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군사법원법을 개정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전시행정으로 그친 듯 하다. /연합뉴스⋅국방부 제공⋅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현충일에도 우리 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성추행 피해 공군 중사 사망사건'으로 인해 대통령까지 나서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입대했던 공군 중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 품에 안겼다. 부대 내 선임 중사가 저지른 성추행이 발단이었다. 지난 3월, 고(故) 이 중사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사건 직후 이 중사는 대대장에게 즉각 신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간 군은 피해자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중사 숙소를 찾아가거나 주변인을 회유·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이 중사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뜻밖의 인물이 2차 가해 중심에 섰다. 다름 아닌 피해자 측 국선변호사(군법무관)였다. 7일, 이 중사 유족 측은 처음 이 사건을 맡았던 국선변호사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했다. 유족 측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국선변호사로부터 제대로 된 조력도 받지 못했다"며 고소 취지를 밝혔다.

지난 3월 9일, 공군은 이 중사의 국선변호사로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A 법무관을 지정했다. 최초 신고가 이뤄진 후 6일 만이었다. 다행히 성추행이 벌어진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등이 남아 있었다.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했기에, 유족 측은 공군을 믿고 민간 변호사가 아닌 A 법무관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 중사는 생전에 해당 국선변호사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전화 통화도 단 2회에 그쳤는데, 첫 통화는 국선변호사가 선임된 지 50일 만에야 이뤄졌다. 그마저 "일정상 피해자 조사에 참여할 수 없으니, 혼자 조사에 참여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뒤늦게 민간 사선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고소장과 고소인 진술조서 같은 기본적인 자료조차 A 법무관으로부터 제대로 인계받지 못했다는 것이 유족 측 설명이다.
공군은 "A 법무관이 결혼과 신혼여행, 자가격리 등 개인 사유로 인해 적극 활동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공군의 설명대로라면, 사실상 제대로 변호할 수 없는 사람을 명목상 국선변호사로 배정한 셈이 된다. 이런 촌극이 빚어진 건 당시 공군본부 내에 국선변호를 담당하는 법무관이 단 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방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수사관이나 군검사, 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는 이런 내용이 안내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매뉴얼과 제도는 있었다. 하지만 군 안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지난해 6월 국방부는 "군 조직은 상명하복 특수성으로 인해, 계급이 낮은 군인이 피해를 입었을 때 구제받기 어렵다"면서 "군 범죄 피해자가 형사 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전문가로부터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법제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군 범죄의 특성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약속대로 군사법원법이 개정·시행됐다. 불과 2019년 이전만 해도 군 범죄 피고인만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 군 당국은 법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라도 군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는 군 범죄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제260조의2 제1항). 또한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군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동법 동조 제6항).
국방부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겪은 올 3월까지도 홍보를 계속 이어 왔다. "군 범죄 피해자가 민간 변호사를 선임해 국선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모든 군 범죄 피해자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대대적인 '군 장병 인권 보호' 정책은 말 그대로 전시행정에 그쳤다. 군 범죄 피해자를 위해 수사부터 재판까지 적극 도움을 줄 거라던 국선변호사. 그는 연락조차 잘 되지 않았다. 성범죄 피해자는 보다 강화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있는 매뉴얼도 활용하지 않았다.
"함께 하겠다"던 국방부는 결국 이 중사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군 조직 자체를 쇄신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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