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8)] 사람들로 빚어 만든 사람 '사단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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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8)] 사람들로 빚어 만든 사람 '사단법인'

2020. 04. 02 17:14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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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사람이 모여 만든 단체를 사단(社團)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단체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람'으로 인정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법률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집안 문중(門衆)이 산을 산다는데 누구 이름으로 사야 하나? 내가 다니는 회사가 새 사옥을 지어 이사한다는데 그 건물은 사장이 소유자가 되나? 우리 교회는 누구 것인가? 이런 온갖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단체를 만드는 건 일정한 목적 때문이다. 학교 동창회는 졸업생들의 친목 도모와 모교 지원이 목적일 것이고, 주식회사는 영업활동으로 주주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종중(宗中)이나 문중은 공동 시조의 제사를 봉행하고 선산을 보존, 관리하며 일가친척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이렇게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사람이 모여 만든 단체를 사단(社團)이라고 한다. 회사, 동창회, 학회, 신도회, 아파트부녀회, 교회, 사찰, 종중, 자연마을 등도 사단이다. 이런 사단의 구성원을 사원(社員)이라고 하는데, 주식회사에서는 주주, 동창회는 졸업생, 학회는 학회 회원, 교회나 사찰은 신도, 종중은 종중원, 자연마을은 그 마을 주민이 사원이다. 회사에 취직해서 다니는 회사원을 흔히 사원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회사의 구성원이 아니라 피용자이고, 이때 사원은 뜻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사람이 여럿이 모였다고 다 사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모임인 단체가 사단으로 인정되려면 공동의 사업 목적이 있고, 대표자와 회칙이나 정관 등의 규정이 있어 조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단이 그 설립목적에 맞추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그 구성원(또는 그 일부)으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활동이 필요하고, 대부분 재산을 취득하고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단순한 사단의 형태로는 하나의 활동 단위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민법은 이러한 단체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별도의 권리능력(법인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한다.


말하자면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사단법인(社團法人)이라고 한다. 사단이 사단법인이 되려면 법인의 목적과 사업, 사원의 자격, 조직, 의사결정 방법, 재산, 법인의 해산 등을 규정한 정관을 작성하여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 설립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렇게 법인이 되면 사단이 권리능력(법인격)을 취득한다. 자연인처럼 그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하고 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부동산도 사단법인 이름으로 등기를 하고 소유하게 되며, 채권·채무 관계에서도 모두 사단법인 자체가 채권자, 채무자가 된다. 대표적인 사단법인이 회사이다. 회사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도 있지만, 학회와 같은 학술단체처럼 영리 목적이 아닌 사업을 위한 비영리 사단법인도 있다.


그러면 법인 등기를 하지 않은 사단은 권리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사회적 활동을 하게 될까? 이들은 권리능력이 없으므로 '법인 아닌 사단', 또는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라고 부른다. 민법의 규정에 따라 이들의 재산의 소유는 사원 전체의 총유(總有)가 된다. 구성원 전원이 지분 없는 공동소유자가 되어, 재산의 관리와 처분은 사원총회의 과반수의 의결로 정한다.


그러면 이런 사단이 취득한 부동산은 누구 이름으로 등기를 하여야 할까? 사원 전체의 이름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과거에는 종중이 매입한 임야를 종중원 한 사람의 이름을 빌려 등기하기도 했다. 이를 명의신탁이라고 하는데, 대외적 소유 명의자와 실제 내부적 소유자가 달라 법적 분쟁이 많이 생겼다. 이제는 부동산은 법인 아닌 사단의 이름으로 등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금자 명의는 대표자의 이름에 사단 이름을 같이 적도록 하였다.


이처럼 사단이건, 사단법인이건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처럼 활동하니, 사람이나 그에 준하는 대접을 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단체 덕분에 우리 삶과 문화가 크게 윤택해졌다는 점은 크게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편집자 주

원로법학자 호문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시민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법 이야기를 재미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한다. 호문혁 교수는 사법정책연구원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고 저서 「민사소송법」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민사법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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