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니 텅 빈 집... 살림 싹 쓸어 야반도주한 아내, 절도죄 처벌 가능할까
퇴근하니 텅 빈 집... 살림 싹 쓸어 야반도주한 아내, 절도죄 처벌 가능할까
일곱 살 아들과 살림 통째로 사라져
공유물이라 불법영득의사 인정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백반집을 지키며 가족을 부양해 온 A씨. 코로나로 늘어난 빚을 갚느라 살림은 늘 빠듯했지만, 아내와 아들을 위한 일이라 믿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을 마치고 돌아온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아이도, 아내도 없었다. TV와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결혼반지와 아이 돌반지, 심지어 화장지와 수건까지 사라진 상태였다.
처음에는 강도가 든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아내가 이삿짐센터를 불러 짐을 통째로 옮긴 것이었다.
이 사연은 29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아내가 아이와 살림살이를 모두 챙겨 집을 나간 뒤 형사 고소와 주택 처분 문제를 고민하게 된 A씨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는데 돌아오니 텅 빈 집
A씨는 결혼 10년 차로, 일곱 살 아들을 둔 가장이다. 그는 동네에서 작은 백반집을 운영해 왔다. 코로나 시기 손님이 줄면서 빚이 생겼고, 이후 은행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경제적으로 늘 빠듯한 상황이었다.
A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당 일에 매달렸다. 그러나 아내는 “당신은 식당 일에만 매달리고 아이와 나에게 관심이 없다”며 서운함을 드러냈고, 부부 갈등은 점차 깊어졌다.
A씨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갈등은 반복됐다. 결국 부부 사이에서는 이혼 이야기까지 오갔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했다. 집안에는 가전과 가구가 사라져 있었고, 결혼반지와 돌반지 같은 귀중품은 물론 화장지와 수건까지 없어져 있었다.
다행히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A씨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동의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고 집안 물건까지 옮긴 행위를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공유재산 단독으로 가져갔어도 절도죄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A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절도죄였다. 아내가 집안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갔으니 절도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 김수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절도죄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론상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재산도 절도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공유재산을 상대방 동의 없이 단독으로 가져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아내 역시 해당 재산에 대한 공유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물건을 불법으로 영득하려는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실무상 아내 역시 해당 재산에 대한 공유 지분을 가지고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전제품 등을 들고 나간 행위는 형사처벌을 구하기보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 문제로 다투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이삿짐센터 불러 함께 나간 경우, 약취죄 성립 어렵다
다음 쟁점은 미성년자 약취죄였다. A씨 입장에서는 아내가 상의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간 만큼, 이를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경우에도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고 봤다. 아내는 그동안 A씨와 함께 아이를 양육해 온 공동 양육자였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힘을 행사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가 이삿짐센터를 불러 집안 물건을 옮기면서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간 상황이라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약취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결국 폭행·협박이나 위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행위를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의율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내 명의 집 비번 바꿔도 되지만, 통보는 해두는 것이 안전
형사적 해결이 어렵다면 A씨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A씨는 우선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싶어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집이 A씨 명의라면 해당 주택은 A씨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는 행위도 소유권 행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의할 부분도 있다. 아내가 해당 주택에 대한 점유권이나 거주권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태라면, 비밀번호 변경으로 출입을 차단하는 행위가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삿짐을 모두 가지고 나갔고 사실상 거주를 포기한 것이 명백한 상황이라면 비밀번호 변경이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물건이 남아 있거나 주거 포기가 명확하지 않다면, 내용증명 등을 통해 비밀번호 변경 사실을 미리 통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집 처분·반지 반환도 결국 재산분할 쟁점
집을 매각하는 문제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A씨 명의로 등기된 주택이라면 원칙적으로 단독 처분은 가능하다. 다만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실질적 공동재산이라면,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압류나 가처분이 없는 한 처분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후 재산분할 과정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아내가 가지고 간 결혼반지와 돌반지도 같은 맥락에서 재산분할 논의에 포함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결혼반지는 부부 상호 증여한 물건으로 귀속이 명확하지 않다면 부부 공유재산으로 추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반지 역시 아이의 고유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어, 이혼 과정에서 귀속 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형사고소보다는 재산분할과 양육 문제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