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속 댓글 작전... 강릉시장 '맘카페 공작' 의혹에 칼 뽑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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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속 댓글 작전... 강릉시장 '맘카페 공작' 의혹에 칼 뽑은 검찰

2025. 11. 27 17:2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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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핑계로 여론 조작했나?

강릉시 "정상 직무" vs 시민단체 "직권남용"

강릉시민행동, 김홍규 시장 등 고발 /연합뉴스

공무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가뭄 정보 전달'이었을까, 아니면 치밀하게 기획된 '여론 조작'이었을까. 강릉시장이 여성 공무원들을 소집해 인터넷 댓글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시민단체는 이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하고 고발장을 던졌고, 강릉시는 '정상적인 업무'라며 맞서고 있다. 이 사건, 겉보기엔 단순한 진실 공방 같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 댓글 사건과 유사한 '직권남용'의 구조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62명의 여성 공무원, 그들은 왜 '맘카페'로 향해야 했나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릉은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물 부족으로 인한 생활 불편이 이어지자 시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하던 시점이었다.


비 소식 간절한 강릉 오봉저수지/ 연합뉴스


이날 오전 11시, 김홍규 강릉시장은 시청 내 여성 공무원 62명을 긴급 소집했다.


강릉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에 따르면,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강릉맘카페' 등 지역 내 파급력이 큰 인터넷 커뮤니티를 지목하며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1시, 김모 행정지원과장은 각 부서 과장들에게 메시지를 발송해 시장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라고 재차 독려했다.


시장의 말 한마디가 행정 조직을 타고 내려가 실무자들의 '업무'로 하달된 셈이다. 이에 대해 강릉시 측은 즉각 반발했다. 시는 "가뭄 상황을 시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일관된 답변을 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며 "어떠한 부당한 지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조직이 움직인 것은 맞지만, 그 목적이 '행정 서비스'였다는 논리다.


"시키면 해야 한다?"... 직권남용의 덫

법조계는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를 꼽는다. 형법 제123조에 규정된 이 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소속 공무원을 지휘하고 감독할 일반적인 권한을 가진다. 즉, 업무 지시 자체는 시장의 권한 범위 내에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권한이 있다고 해서 모든 지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형적으로는 직무 집행처럼 보일지라도, 실질적으로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했다면 이는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의 개념이다.


공무원의 직무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다. 만약 인터넷 맘카페에 댓글을 다는 행위가 법령상 공무원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법적 의무가 없는 일'을 강요한 셈이 된다.


실제로 과거 국군기무사령관이나 경찰청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댓글 작성을 지시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를 직권남용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정당한 홍보" vs "여론 조작"... 판결을 가를 '한 끗' 차이

그렇다면 강릉시장의 지시는 범죄가 될까, 아니면 적극 행정이 될까. 법적 판단을 가를 결정적인 열쇠(Key)는 바로 '댓글의 내용'과 '목적'이다.


만약 시장의 지시가 강릉시의 주장대로 "현재 A지역 단수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입니다"와 같은 정확한 사실 정보 제공에 그쳤다면, 이는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지자체의 의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범죄 성립 가능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댓글의 내용이 사실 전달을 넘어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려 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컨대 공무원들이 신분을 숨기고 일반 시민인 척하며 "시장님이 가뭄 해결을 위해 정말 애쓰시네요", "역시 시정이 믿음직합니다"와 같은 옹호성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면,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여론 조작에 해당한다.


특히 법원은 국군기무사령부 사건 판례에서 "국가기관이 특정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릉시 사건 역시 '가뭄 극복'이라는 명분이 있었더라도, 그 방식이 '조직적 여론 호도'였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수사의 칼끝, '댓글'의 실체를 겨누다

또 다른 쟁점인 '업무방해교사죄'의 경우 성립이 다소 까다롭다는 분석이다. 강릉시가 "시민 문의 대응도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경우, 댓글 작성이 본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법적 화력은 '직권남용'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경찰은 당시 회의에서 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그리고 그 지시를 받은 공무원들이 실제로 어떤 내용의 댓글을 작성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알리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는지, 아니면 공무원 조직을 사유화해 여론을 통제하려 했던 권력형 비리였는지. 그 진실은 삭제되었을지 모를 그날의 '댓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포렌식과 사실 확인만이 이 논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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