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따르지 않은 국회의원 제재 문제없다" 17년 전 헌재 결정, 금태섭에도 적용되나?
"당론 따르지 않은 국회의원 제재 문제없다" 17년 전 헌재 결정, 금태섭에도 적용되나?
민주당, 공수처법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에 '경고' 징계
금태섭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 vs. 민주당 "문제없다"
17년 전 '당의 자유' 인정해 준 헌법재판소,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최근 당의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금태섭 전 의원 홈페이지
국회의원의 '양심'과 그가 속한 정당이 정한 '당론'이 부딪히면 어느 것이 우선할까. 이틀 전까지 국회의원이었던 금태섭 전 의원을 둘러싸고 양심 대(對) 당론이 정면충돌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민주당 당론은 찬성이었다. 사실상 반대 표시를 한 데 대해 민주당은 뒤늦게 징계를 내렸다. '경고' 처분이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징계는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금 전 의원 측은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표결 행위'를 당규로 징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일단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 측 주장은 헌법과 국회법에 근거한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제46조 2항)"고 하고 있고, 국회법은 더 직접적으로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제114조의2)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가 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5일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처분을 확정하면서 '당규'를 근거로 내세웠다.
윤리심판원 심판결정문에 따르면, 공수처 법안 찬성은 당론이었는데도 금 전 의원이 기권했으니, 당규 제7호 14조에서 규정한 '당론 위배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다만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의 기권표가 공수처 법안 통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 △소극적 반대 의사인 '기권'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경고'로 수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민주당 윤리심판원의 징계는 위헌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톡뉴스는 복수의 변호사들의 자문을 받았지만, 변호사들 요청으로 익명 처리한다.
변호사들은 지난 2002년 김홍신 전 의원 사례를 들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었던 김 전 의원은 건강보험과 관련해 당이 정한 방침과 갈등을 빚었다. 한나라당은 김 전 의원을 강제로 다른 상임위로 인사 이동시켰다. 강제 사보임이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국회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회의원으로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으니, 사보임이 무효라는 점을 인정해 달라는 권한쟁의심판이었다.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헌재)는 김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3년 당시 헌재는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의원의 국회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 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즉, 국회의원 배지를 앗아갈 정도가 아니라면 정당 내부 징계성 처분은 문제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금 전 의원 사건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같은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다. 당시에는 '국회의장의 사보임 행위'가 쟁점이었지만, 이번에는 정당의 '당규에 따른 징계'로 사안부터가 다르다.

'김홍신 케이스' 때도 "국회의원의 양심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이 있었다는 사실도 변수다. 당시 권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독립해 표결하는 권한은 본회의에 있어서든, 상임위에 있어서든 불가침, 불가양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회의원의 표결 행위'는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법무법인 화민 최철호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표결에 대해 당론 위반으로 민주당이 징계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권한쟁의심판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당사자는 '국가기관'뿐인데, 민주당과 같은 정당은 헌법재판소법에서 말하는 '국가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법(제62조)은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 간의 권한쟁의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민주당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금태섭 전 의원 측에서는 징계무효확인의 소를 민사법원에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