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살 아이 앞에서 "엄마가 저 모양이니 애가 싸가지가 없지"…아동학대일까?
[단독] 3살 아이 앞에서 "엄마가 저 모양이니 애가 싸가지가 없지"…아동학대일까?
1심 유죄 뒤집고 2심서 '무죄'
법원 "무례하지만 학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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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동에게 “싸가지 없다”고 말한 남성에게 1심은 정서학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셔터스톡
2022년 12월 30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의 한 매장 안. 3살 배기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손님 A씨는 아이를 향해 한마디를 던졌다.
"야, 이게 울 일이야?"
아이 엄마는 즉각 항의했다. "애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곧장 말싸움이 벌어졌고, 격분한 A씨의 입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애 엄마가 저 모양이니, 애가 싸가지가 없지."
3살 아이가 듣는 앞에서 엄마를 비난하며 아이를 '싸가지 없다'고 매도한 상황. 검찰은 이를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정서적 학대'로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 역시 학대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의정부지방법원 제4-1형사부(재판장 임태혁)는 지난 7월,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게 울 일이야?"… 위협인가, 훈계인가
재판의 첫 번째 쟁점은 A씨가 처음 내뱉은 "이게 울 일이야?"라는 말이었다. 검찰은 A씨가 큰 소리로 아이를 위협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학대로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A씨가 큰 소리를 치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고, 아이 엄마가 작성한 진술서에도 "뭐 이런 일로 울고 그래"라고 말했다고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은 당시 상황에 대한 일회적인 표현일 뿐, 내용 자체만으로 아동의 인격을 침해하는 폭언이라 보기 어렵고, 강압적인 행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싸가지 없다"… 욕설의 화살은 누구를 향했나
더 큰 쟁점은 "애가 싸가지가 없다"는 발언이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저속한 표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발언의 방향과 아동의 인지 능력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그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엄마와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비난 대상은 아동이 아닌 엄마였다"고 봤다. 즉, 아이를 직접 공격하려는 의도보다는 부모와 싸우는 과정에서 나온 감정적 배설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 아동이 고작 3세라는 점도 무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3세 아동이 '싸가지 없다'는 발언의 의미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그 말 뜻을 알아듣고 정서적 상처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법원 "무례하고 저속하지만, 범죄는 아니다"
A씨와 아이가 일면식도 없는 남남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평소 정서적 유대관계가 없는 낯선 사람의 우발적 언행이 아이의 정신건강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행동을 따끔하게 꼬집으면서도, 형벌의 칼날은 거두었다. 재판부는 "'싸가지 없다'는 표현은 부모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제4-1형사부 2024노975 판결문 (2025. 7. 1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