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 교사, 법의 문턱 넘을 수 있나?
'성범죄 전과' 교사, 법의 문턱 넘을 수 있나?
판결문 속 '취업제한명령' 한 줄이 가른 운명
처벌과 교화의 균형점을 묻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범죄 전과가 있어도 법원 판결문에 '취업제한명령'이 없다면 교단에 설 수 있다. 4년 전 '카메라 이용 촬영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의 사례는, 법의 심판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는 사회적 낙인과 재기의 가능성 사이에서 중요한 법적 기준점을 제시한다.
2020년,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섰다. 법원은 그에게 벌금 150만 원의 '선고유예'(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를 선고했다.
2년이 지나면 처벌을 면하게 되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이었지만, '성범죄'라는 꼬리표는 그의 삶을 무겁게 짓눌렀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외부 강사로 일할 기회를 얻은 A씨. 하지만 채용 절차에 포함된 '성범죄 경력조회'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과거 기록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칠 꿈이 좌절될까 두려웠던 그는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판결문의 '한 줄'이 운명을 갈랐다
많은 이들이 성범죄 유죄 판결은 곧 취업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만, 핵심은 법원의 '취업제한명령' 부과 여부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 실시하는 성범죄 경력조회는 구체적인 범죄명이나 처벌 수위를 알려주지 않는다. 회신서에는 '취업제한 대상자임' 또는 '취업제한 대상자 아님' 두 가지 결과만 표시될 뿐이다.
A씨의 운명을 가른 것은 판결문에 적힌 단 한 줄, "피고인에게…취업제한명령을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였다. 법원은 피고인의 나이,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취업을 제한해선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A씨의 경우, 재판부가 재기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성범죄경력조회를 하더라도 '해당 없음'으로 표시될 것"이라며 "안심하고 활동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성범죄 유죄 시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했으나, 2016년 헌법재판소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이 개정됐다. 현재는 재판부가 개별 사안을 신중히 검토해 취업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그럼에도 '취업제한'이 필요한 이유…'아동 보호'라는 대원칙
물론 취업제한명령 제도는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적 안전장치다. 성범죄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어떤 가치보다 우선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은 재범 위험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취업제한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판단한다. 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회 전체의 안전이라는 두 가치를 법의 저울에 올려놓고 엄격하게 심리하는 것이다.
A씨의 사례는 한 번의 과오가 영원한 낙인이 되지 않도록 법이 열어둔 재기의 문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우리 사회가 처벌의 엄격함과 인간의 재활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