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인하대 의대생들 주장, 재판에서도 통할까
"커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인하대 의대생들 주장, 재판에서도 통할까
인하대 의대생 정원 80% 이상, 온라인 '집단 커닝' 가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있었다"는 주장⋯ 법정에서 통할까?
"학생 책임 100%로 보기 어려워" vs. "법정에서 통하지 않을 것" 변호사도 의견 분분

온라인 커닝에 가담한 인하대학교 의대생 91명의 시험 성적이 '0점 처리' 된다. 그런데 지나치게 높은 가담률의 배경에 "무리한 학사일정이 있었다"는 내부 주장이 나왔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인하대학교 의대생 91명의 시험 성적이 '0점 처리' 된다. 온라인 시험에서 있었던 '집단 부정행위'가 학교의 진상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서다. 지난 1일 인하대는 "(해당 학생들이) 자진신고하고,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그외 추가 징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4월 단원평가(쪽지 시험)에서 SNS를 통해 답을 공유하거나, 몇몇은 실제로 모여 함께 문제를 푼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1⋅2학년 정원의 각각 88%(57명 중 50명), 79%(52명 중 41명)의 학생이 '부정행위(커닝⋅cunning)'에 가담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높은 가담률의 배경에 "무리한 학사일정이 있었다"는 내부 주장이 나왔다. 인하대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해당 글에 따르면 해당 시험은 '코로나19' 사태로 휴강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치러졌다. 시험 공지가 이틀 전에 나온 탓에 "부정행위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전부 학생 책임으로 돌리는 건 어렵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이 법정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과 검토해 봤다. 변호사 3명도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변호사들은 "학생들에게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가 성립하는 것 자체는 맞는다"고 했다. 만장일치였다. 해당 학생들이 ①인하대의 시험 업무를, ②커닝 등 위계(僞計⋅거짓)를 사용해 방해했고, ③방해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 역시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이 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도 "SNS를 통해 답을 공유하거나, 함께 문제를 풀었다면 이 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에스엘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이 죄 자체는 성립한다"고 했다.
법무법인(유) 한별의 강민주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업무방해죄의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률 자문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학생 측에 돌릴 수 없다"는 주장은 법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이성준 변호사는 "충분히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커닝은 잘못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학사일정이 비정상적이었던 점, 시험 일정도 급하게 잡힌 상황에서 학교가 시험을 강행한 점 등이 고려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100% 학생들 탓으로 돌리기도 다소 무리"라고 밝혔다.
강민주 변호사도 "감경에 참작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부득이하게 범행에 나아가게 되었다고 주장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80%에 달하는 학생들이 커닝에 참여했다는 점은 오히려 학교 측 행정이 불합리했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류인규 변호사는 "제한적인 영향만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류 변호사는 "특별한 양형 사유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다수의 학생들이 커닝을 했다는 점에서 혼자 커닝을 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의 우려가 있었다는 점 정도가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옥민석 변호사는 아예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행의 동기 측면에서 그렇게 주장할 수 있겠으나, 실제 통할지는 의문"이라며 "시험의 시기와 방법, 분량 등은 교수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 측이 "추가 징계는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형사처벌 가능성은 남아있다.

실제 이렇게 될 경우 변호사들이 내다본 실제 처벌 수위는 "기소유예 정도"가 우세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재판에 넘길 정도로 무겁게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근거는 지난해 6월 '인하대 공대 집단 커닝 사건'에 있었다. 당시에도 16명의 학생들이 감독 몰래 서로 답을 베꼈지만, 처벌은 '기소유예' 처분으로 그쳤기 때문이었다.
류인규 변호사는 "학교 측이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기소유예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옥민석 변호사는 "학생들이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 기소유예 처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강민주 변호사도 "온라인 시험에 대한 기강 확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도 있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성준 변호사는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학생은 기소유예 정도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커닝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실행되고, 이를 주도한 학생이 있다면 이들은 기소유예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