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빌린 돈을 '기회비용'까지 쳐서 갚으라고 요구하는데, 가능한 건가요?
30년 전 빌린 돈을 '기회비용'까지 쳐서 갚으라고 요구하는데, 가능한 건가요?
사망에 의한 상속 또는 연대보증 없다면⋯부모의 빚, 자녀가 책임질 이유 없어
개인 간 빌려준 돈에 대한 소멸시효는 10년⋯기회비용 요구는 법적 근거 없는 주장

30년 전 빌린 돈. 여태까지 갚지 못한 돈으로 할 수 있던 것에 대한 손해, 즉 '기회비용'까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대방. 가능한 주장인 걸까. /셔터스톡
"빨리 갚아.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A씨는 얼마 전 집에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의 통화를 우연히 들으면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30년 전 사업 자금으로 600만원을 먼 친척에 빌렸다고 했다. 연 24%의 높은 이자였다.
돈을 빌려준 친척 B씨는 "30년 전 600만원이면 당시 집 한채는 살 수 있는 돈이었다"며 따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A씨 어머니가 여태까지 갚지 못한 돈으로 할 수 있던 것에 대한 손해, 즉 '기회비용'까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확인한 결과, 빌려준 돈에 대한 차용증 등 증거는 양쪽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변호사들은 "A씨가 부모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는 "부모의 채무는 부모의 사망으로 상속되지 않은 한 자식들이 갚을 의무는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부모와 자식간의 연대보증 계약 체결 사실이 없어야 한다. 연대보증이란 보증인이 돈을 빌린 사람과 연대하여 빚을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변호사 김병현 법률사무소'의 김병헌 변호사는 "부모의 빚을 그 자녀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자녀들이 보증을 서거나 (부모의)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A씨가 굳이 A씨 어머니의 보증을 서거나 빚을 인수하지 않는 이상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들은 B씨가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소멸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돈을 빌린 시점이 30년 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여금에 대한 소멸시효는 10년이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소멸 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에 B씨가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한 경우 채권이 소멸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더불어 화폐의 가치가 상승한 것에 따른 기회비용 요구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로베리의 오동한 변호사는 "금전의 기회비용을 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멸시효가 만료되면서 이자 역시 없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이라고 했다.
애초에 주장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변호사 권오영 법률사무소의 권오영 변호사는 "기회비용은 법적으로는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헌 변호사는 "만약, A씨나 A씨의 어머니가 채무(빚)를 갚게 되더라도 B씨는 법정이자 외에는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약속했던 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차용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돈을 빌려준 B씨가 요구하는 30년간의 기회비용에 대해 A씨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덧붙여 '문옥 법률사무소'의 문옥 변호사는 "B씨가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차용증 등 증거가 없으므로 승소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에 따른 압류 등 강제집행도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