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뒤흔든 '황우석 사태' 20년…신의 기술은 가짜였지만 책임은 가벼웠다
대한민국 뒤흔든 '황우석 사태' 20년…신의 기술은 가짜였지만 책임은 가벼웠다
'국민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법원 "논문 조작 지시는 무죄"
연구비 횡령 등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황우석 박사가 지난 2009년 6월 8일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5년, 대한민국은 한 과학자에게 열광했다. 척수 마비 환자를 일으켜 세우고, 난치병을 정복할 '신의 기술'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불과 몇 달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세계 최초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이른바 '황우석 사태'가 발생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당시 사건의 전말과 법적 쟁점, 그리고 황우석 박사의 근황을 집중 조명했다.
'사이언스' 논문 두 편으로 세계적 스타 등극... 진실은 '조작'
2004년과 2005년, 황우석 박사 팀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잇달아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였다"고 회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를 '최고 과학자 1호'로 선정했고, 경찰 경호까지 붙였다. 하지만 2005년 11월, MBC PD수첩의 보도로 신화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부 제보자는 "줄기세포는 없다. 논문은 가짜"라고 폭로했다.
취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줄기세포 DNA가 체세포와 일치하지 않았고, 논문 속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고의로 조작됐으며,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황우석, 논문 조작 지시 안 했다"... 횡령 등 혐의만 유죄
사건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황 박사를 사기,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논문 조작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대중의 예상과 달랐다.
손 변호사는 "대법원은 황 박사가 논문 조작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황 박사는 줄기세포가 실제로 수립되었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의 엄격한 증거주의 원칙에 따라, 조작 지시에 대한 확신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황 박사는 연구비 횡령과 난자 불법 매매 등 혐의만 인정되어 2014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반면 조작 실무를 담당했던 김선종 연구원 등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직도 배신과 음모라 믿어"... 중동서 재기 노리는 황우석
강단에서 파면된 황우석 박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는 여전히 현역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손 변호사는 "황 박사는 사태 이후 민간 연구기관을 설립해 동물 복제 연구를 이어갔다"며 "특히 중동 지역에서 경주용 낙타 복제 연구 등을 지원받으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줄기세포는 가짜였지만, 복제 개 '스너피' 등 동물 복제 기술력은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행보다.
주목할 점은 그가 여전히 20년 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황 박사는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도 '논문 조작은 내부의 배신과 외부의 음모 때문이며, 원천 기술은 분명히 존재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내부 고발자의 고초와 뒤늦은 명예회복
반면 진실을 밝힌 제보자 류영준 연구원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매국노'라는 비난 속에 직장을 잃고 10년간 고초를 겪었다. 현재는 강원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생명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손 변호사는 "한국 과학계가 더 망가지기 전에 용기 내서 구해냈다는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