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 갚아" 수익 빼돌린 동업자, 되레 법인 계좌에 가압류 걸어와
"빌려준 돈 갚아" 수익 빼돌린 동업자, 되레 법인 계좌에 가압류 걸어와
수익 빼돌린 동업자, 배임·횡령죄로 처벌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멀쩡하던 회사 통장이 하루아침에 묶였다. 믿었던 동업자는 등을 돌렸고, 회사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동업자의 아내 명의로 수익을 빼돌리고 회사 자금까지 끌어다 쓴 정황이 드러났지만, 그는 되레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법인 계좌에 가압류를 걸어왔다. 한 사업가의 절박한 사연을 통해 동업 관계 파탄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을 짚어본다.
아내 명의로 수익 빼돌리고, 회사 돈은 쌈짓돈처럼
사건의 시작은 2021년, A씨가 신용불량자였던 동업자 B씨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두 사람은 주력 사업 외에 현금 흐름을 위한 부가 사업을 병행했다. 문제는 B씨가 자신의 아내 명의 통장으로 부가 사업 수익금을 모두 가져가면서 시작됐다.
A씨는 주력 사업의 성장을 위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2023년, 사업이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A씨가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동업자 B씨의 아내가 대주주, B씨는 감사로 등재되며 회사 구조는 기형적으로 변했다.
B씨는 법인이 된 이후에도 부가 사업 수익을 독점했고, 심지어 법인 자금으로 부가 사업 비용을 충당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회사 돈을 자신의 개인 사업을 키우는 '쌈짓돈'처럼 사용한 셈이다.
관계 틀어지자 투자금이 차용금으로
2024년, 주력 사업이 어려워지자 두 사람의 신뢰 관계는 급격히 무너졌다.
B씨는 A씨와 다른 직원에게 개인적인 계약을 통해 자신 소유인 부가 사업에 종속시키려는 시도까지 했다. 결국 동업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B씨는 결별 조건으로 자신의 주식을 A씨에게 증여하는 대신, 그동안 법인에 들어간 자기 자본을 '대여금'으로 인정하는 차용증과 공증을 요구했다.
원만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던 A씨는 결국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 결정은 훗날 A씨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A씨는 상당한 금액의 차용금 중 절반가량을 갚았지만, 자금 사정이 악화돼 최근 두 달간 이자를 내지 못했다.
B씨는 별다른 통보 없이 법인 은행 계좌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회사는 모든 금융 거래가 막히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쳤다.
변호사들 "가압류 풀고, 배임죄로 반격하라"
A씨의 사연에 대해 변호사들은 민사와 형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가압류에 대한 대응과 동시에 민사소송, 형사고소를 병행해야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민사적 대응이 시급하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즉시 가압류 집행정지 신청을 하여 법인 계좌를 정상화하고, 동시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채무의 부존재를 다퉈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당장의 자금 압박을 줄이고 본안 소송에서 채무액 자체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B씨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동업자가 배우자 명의 계좌로 수익을 독점하면서도 회사 비용을 부담시킨 부분은 명백히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며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형사 고소는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차용증 공증이 발목
다만 법적 대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A씨가 직접 서명한 '차용증 공증'이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차용증 공증까지 해준 부분은 청구이의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채무가 애초에 없었다는 주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갚을 수 없다는 상계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형사 고소 역시 입증 문턱이 높다. B씨 측이 "부가 사업에 법인 리소스가 투입되는 것에 A씨의 포괄적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할 경우, 배임죄의 핵심 요건인 임무 위배 행위를 입증하기 까다로워진다.
경찰이 단순 동업 분쟁으로 보고 수사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B씨의 행위가 공동 사업 목적에 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한 것임을 명확한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