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무너지겠어?" 열차 통과 1분 전까지 방치⋯사지로 내몰린 안전 점검 전문가들
"설마 무너지겠어?" 열차 통과 1분 전까지 방치⋯사지로 내몰린 안전 점검 전문가들
붕괴 직전 현장에 투입된 진단 인력들
'동원 절차'만 있고 '안전 규정'은 전무해
전문가들 "위험 감수할 수밖에 없어"

26일 오후 2시 32분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인명 구조 활동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안전을 진단하러 들어간 전문가들이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법적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
치명적 징후에도 12시간 방치⋯열차 통과 1분 뒤 무너졌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비극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 있었다.
사고 당일 새벽, 슬래브(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절단 작업 중 2.9cm의 단차가 확인됐고 오전 2시 30분쯤 구조물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현장에 외부 전문가들이 투입된 것은 그로부터 12시간이나 지난 오후 2시였다.
문제는 이미 침하가 확인된 붕괴 직전의 현장이었음에도,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보강이나 별도의 안전 조치 없이 진단 인력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징후가 나오고 12시간 동안 대처를 안 한 것이 문제"라며 "설마 무너지겠어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사고 발생 단 1분 전까지 해당 구간 아래로 기차가 통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을 더했다.
'동원 절차'만 있고 '안전 규정'은 없는 반쪽짜리 법령
시급성을 요하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는 이들이지만, 이들을 보호할 법적 방패는 어디에도 없었다.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은 긴급 상황 발생 시 민간 전문가를 현장에 동원하는 절차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 역시 붕괴 우려 시 전문가와 합동으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두 법령 모두 소집된 전문가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쏙 빠져있다. 어느 수준의 위험 이상에서는 진단 인력을 들여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도 전무하다.
시설물안전법상 사전 조사 및 현장 조사 요령이 존재하지만, 서류 검토나 과업 수행 계획서 작성 등 행정적인 절차만 담겨있을 뿐 작업자의 안전을 명시한 대목은 없다.
백 교수는 "내용을 보면 추상적이고, 사전 조사자의 안전을 명시하는 부분은 없다"며 "진단 절차에 대한 부분은 구체화가 안 돼 있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맨몸으로 사지 내몰린 전문가들⋯"위험 감수할 수밖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장 관계자들의 체감 위험도는 치명적 수준이다. 공식 안전 진단일 경우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이 전부일 뿐, 실질적인 보호 조치는 없었다.
한 안전 진단 업체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인 안전 장비만 착용하고 투입되는 게 실정"이라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위험천만한 붕괴 현장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들. 그러나 법적 보호 장치와 세부 매뉴얼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점검 인력의 안전은 온전히 개인의 직관과 사명감에만 내맡겨져 있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안전 점검 인력에 대한 법적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