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까웠다" 후기 한 줄에 1억 소송?…법원이 기각시킨 황당 소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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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까웠다" 후기 한 줄에 1억 소송?…법원이 기각시킨 황당 소송들

2025. 07. 31 15:5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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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남용은 허용 안 돼” 법원 판단 잇따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돈 아까웠습니다." 이 아홉 글자가 1억짜리 소송의 불씨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온라인 강의에 대한 솔직한 후기를 남겼다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수강생 B씨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하며, 법원이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


"돈 아까웠다" 한마디에 시작된 1억짜리 소송전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강의를 4개월간 수강한 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다른 사람의 질문에 "돈 아까웠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본 업체 대표 A씨는 B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부정적 댓글 때문에 고객이 줄고 매출이 감소했다"며 무려 1억에 달하는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렸고, 공단 측은 "해당 댓글은 수강생으로서 주관적 평가를 담은 의견 표현일 뿐,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니므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또한, "댓글 하나와 업체 매출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항변했다.


법원의 판단은 명쾌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댓글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이므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청구액을 4500만 원으로 낮춰 항소했지만, 2심 법원 역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문턱 넘지 못한 '황당 소송'들

B씨의 사례처럼, 법원은 객관적 근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터무니없는' 민사소송에 제동을 거는 경우가 많다.


"굿 해줬더니 손해" 의뢰인에게 추가 배상 요구한 무속인

굿이나 기도 등 무속 행위를 해주고도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의뢰인에게 추가 배상을 요구한 무속인의 소송도 있었다. 이 무속인은 의뢰인에게 약속된 굿값, 기도비 외에 별도의 '불법행위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의뢰인의 어떤 행동 때문에 자신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무속 행위의 대가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고, 의뢰인의 행위에서 특별한 불법행위를 찾을 수 없다"며 무속인의 황당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광주지방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나54121 판결).


차용증 없이 "3000만 원 갚기로 약속했잖아!"

어느 날 갑자기 "과거에 3000만 원을 갚기로 약속했으니 돈을 달라"는 소송을 당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실제로 이런 소송이 있었지만,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고는 피고와 돈을 반환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그 약속을 뒷받침할 차용증이나 계좌이체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법원은 "주장만 있을 뿐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9. 2. 선고 2021나30452 판결).


"네 고소 때문에 피해 봤다" 앙심 품은 '보복성 소송'

형사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허위 고소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며 상대방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보복성' 소송도 단골 기각 사례다.


대법원은 고소 내용이 아예 꾸며낸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일부 사실에 기반해 다소 과장했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에 불과할 경우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본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29481 판결). 앙심을 품고 제기하는 소송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권리남용' 소송에 법원은 왜 엄격할까

이러한 판결들의 배경에는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이 있다. 소송을 제기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권리가 오직 상대를 괴롭히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때는 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온라인 강의 후기 사건은 소비자의 정당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가 기업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보다 우선하여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원은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의 불만을 게시하는 행위를 "소비자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소송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객관적 증거와 상식에 기반하지 않은 소송은 법원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점을 판결들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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