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쓰고 주먹질하면 무죄? 인터넷 달군 '야차룰'⋯변호사 "처벌 막는 문서 아니다"
합의서 쓰고 주먹질하면 무죄? 인터넷 달군 '야차룰'⋯변호사 "처벌 막는 문서 아니다"
이상호 변호사 "싸움각서 면책 효력 없어"
자칫하면 무거운 형사책임

‘다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싸움각서를 썼더라도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셔터스톡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규칙 없는 맨주먹 싸움을 뜻하는 '야차룰'이 유행하면서, 사전에 각서를 쓰면 주먹을 휘둘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위험한 착각이 번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른바 '야차'처럼 맞붙는 이들은 결투에 앞서 "다쳐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싸움각서를 쓴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 야차 계약서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면책 문서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변호사 "싸움각서는 처벌 막아주는 문서 아니다"
리앤승 법률사무소의 형사·민사 전문 이상호 변호사는 "싸움각서는 처벌을 막아주는 문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폭행이나 상해와 같이 사람의 신체를 훼손하는 범죄는, 피해자의 단순한 사전 동의만으로 국가 처벌권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퍼지는 야차 계약서는 결코 면책 문서가 아니다"라며 "싸움각서를 쓴다고 해도 실제 폭행이 발생하면 곧바로 폭행죄나 상해죄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상해·사망 땐 중형… 무죄 선고는 '각서 덕' 아니다
오히려 호기롭게 시작한 싸움 결과에 따라 짊어져야 할 책임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싸움 결과에 따라 훨씬 더 무거운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주먹이 오간 수준을 넘어 중상해나 사망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일각의 사건에서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이는 폭행죄와 폭행치사죄를 가르는 법적 판단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지, 결코 사전에 작성한 싸움각서가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은 아니다.
결국 영상 속의 '야차'를 흉내 내며 함부로 주먹을 쥐었다가는, 법적 효력도 없는 종이 쪼가리 한 장을 든 채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다.
개인 간의 얄팍한 계약서가 국가 형벌권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명백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