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중독 때문" 범행 동기 밝힌 안승진, 심신미약 감형 노렸다? 오히려 무덤 판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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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중독 때문" 범행 동기 밝힌 안승진, 심신미약 감형 노렸다? 오히려 무덤 판 꼴

2020. 06. 24 18:08 작성2020. 07. 08 17:46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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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갓' 문형욱의 공범이 밝힌 범행 동기 "음란물중독"

"심신장애로 책임 회피하려는 속셈"이라는 의혹 불거졌지만

변호사들 "도리어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중형 선고' 가능성만 높인 발언"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한 안승진이 23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북 안동시 안동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음란물중독으로 인한 것 같다."


지난 23일, 텔레그램 n번방을 개설한 '갓갓' 문형욱의 공범인 안승진이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아동 성착취물 유포 개수만 1000여개, 소지한 성착취물은 무려 9000개가 넘었다.


이날, 안승진은 '음란물중독'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포토라인에서 보통 "죄송합니다"로 일관하는 피의자들과 달리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심신장애로 감경받으려는 속셈'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범행 원인을 '중독'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알코올 중독 등으로 사물을 제대로 변별할 수 없거나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심신장애로 보고 감경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법원이 그런 결정을 내릴 일은 없다"고 변호사들은 단언했다. 그러면서 '음란물중독'이라고 밝힌 건 오히려 '자기 무덤을 판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음란물중독'은 정말 감형 사유? 최신 판결문 '네 건'을 확인해 봤다

우선, 피고인의 음란물중독이 '심신장애'로 인정이 되는지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로톡뉴스는 피고인이 '음란물중독'을 보였던, 다른 '네 건'의 성범죄 사건을 분석했다.


확인해 보니, 재판부가 중독성을 근거로 심신장애를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즉, 음란물중독은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요소가 아니었다.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은 피고인 A씨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학생에게 속옷을 보여달라고 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성적 일탈이나 도착적인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KISD검사 결과를 인용했지만, 심신장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일상생활에 문제 될 만한 것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의 이유에서였다.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는 "과거 장기간 병원 치료 전력이 있었거나, 증상이 중해 사물 변별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등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사정들이 없는 한, 단순히 음란물중독 진단으로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져 이에 따른 형의 감경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법률사무소 휘성의 박지윤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법률사무소 휘성의 박지윤 변호사. /로톡 DB


변호사들 "오히려 '재범 가능성' 보여준 발언"

오히려 안승진이 '음란물중독'이라고 밝힌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향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음란물중독을 양형 자료로 제출해 선처를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변론 방향"이라며 "음란물중독이니 재범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독된 상태라면, 재판부가 피고인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휘성의 박지윤 변호사도 "유리한 양형 사유라기보다는 오히려 성폭력 범죄의 습벽(習癖·오랫동안 자꾸 반복하여 몸에 익어버린 행동) 및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세훈 변호사는 "안승진처럼 범죄 사실 자체만으로 피해 정도나 사회적 해악이 매우 중하고 악질적인 범행에 해당한다면, 재범 가능성이 높아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거나, 교육 이수명령과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판례에서 확인했듯이 '음란물중독'은 감경 요소인 심신장애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김현중 변호사는 "정신병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이 돼야 심신장애 주장이 인정될 것인데, 이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재판부가 그렇게 인정해 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세훈 변호사 역시 "범행의 경위와 방법만 놓고 보면 사물 변별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온전하지 않은 자라면 수행할 수 없었을 내용"이라며 "언론 보도로 보아, 범행 이전에 음란물중독을 원인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등의 사정도 전혀 없어 보이는 점에서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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