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세스코 논란 "'사찰 의혹' 보다 더 심각한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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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본 세스코 논란 "'사찰 의혹' 보다 더 심각한 문제 있다"

2020. 01. 14 18:28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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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짜리 서약서' 쓰게 하고도⋯벌레 잡듯 퇴직자 사찰한 세스코

'경쟁 업체 취직 방지' 위해 무차별적 정보 수집 논란

국내 해충 방제업체인 세스코가 퇴직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퇴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동향을 수집했다는 내용이다. /MBC 캡처

"오전 5:07. A씨 코트 차림. 혼자 자택에서 나옴. 우편함 확인. 정류장 방면으로 걸어감."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길 구석에 모습을 감춘 채 미동 없는 한 사람이 있다. 그때, 건너편 주택에서 A씨가 나오자, 그가 조심스레 움직인다. A씨가 알아채지 못하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종이에 기록한다. 무엇 하나 놓칠세라 그의 눈은 A씨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쫓는다.


퇴직자 일거수일투족 감시한 세스코

국내 해충 방제업체인 세스코가 퇴직자들을 조직적으로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퇴직자을 감시해 동향을 수집했다는 내용이다. 폭로된 내용은 정보기관의 사찰 수준이었다. 감시는 10분, 5분, 또는 1분 간격으로도 이뤄졌다. 퇴직자의 우편물 확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감시했다.


사찰 이유로 추정되는 것은 '경쟁 업체로의 취직 방지'였다. 퇴직자들이 동종 업계에 취업해 세스코의 영업 비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MBC가 입수한 보고서는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57쪽 분량이다. 2017년 1월 ‘동향 조사 실적’을 보면 감시 대상자에 세스코 전직 직원 58명이라고 나온다.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57쪽 분량의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MBC 캡처


하지만 이런 점을 이유로 퇴직자와 가족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감시해 사측 내부에서 공유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볼 수 있을까. '퇴직자 사찰'에 대해 변호사와 분석해봤다.


동향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무작위 수집⋯명백한 '위법'

세스코는 내부에 '시장조사팀'이란 이름의 사찰팀을 조직해 퇴직자들을 감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은 수집한 자료를 '동향 조사 보고서'란 이름으로 작성해 세스코에 제출했다. 문제의 핵심은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과 미행이다. 보고서엔 동향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담겨 있었다.


법률사무소 덕률의 이광웅 변호사는 보도대로라면 '명백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고용주라 하더라도 고용된 사람의 개인정보 나아가 그 가족과 지인들의 개인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라며 "피해자 측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의 조치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가 본 '세스코 사찰'의 진짜 문제, 비밀유지 서약서

하지만 '퇴직자 사찰'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이광웅 변호사는 말했다. 그중에서도 세스코 현장 사원들이라면 작성해야 하는 '비밀 보호와 경업(競業⋅경쟁업종) 금지 서약'을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덕률'의 이광웅 변호사. /로톡DB

①조건 없는 5억 배상 요구

세스코에 입사하는 사원은 "퇴사 후 5년 동안 경쟁 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한다. 이를 위반할 시 5억원을 조건 없이 배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위반의 정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5억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중한 손해배상"이라고 말했다.


고용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5억이라는 명확한 금액이 손해배상금으로 돼 규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 업체나 유사 업종의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과하게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가 될 수 있다.


설령 위반을 한다고 해도 '일률적'으로 금액을 명시한 것도 사원들에겐 불리하다.


이 변호사는 "영업비밀에도 경중이 있을 것"이라며 "중요치 않은 영업비밀과 해당 유출이 부득이한 경우, 고의가 아니라 과실로 인해 유출되는 경우,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손해의 크기 등 개별적 사안의 구체적인 요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②압박 주는 서류량

사원들이 서명해야 하는 서약 서류가 수십 장인 것도 부당한 점으로 꼽혔다.


이광웅 변호사는 "서류를 수십 장 마련해 서명하게 하는 조치는 고용된 사람에게 이 부분을 강하게 어필함으로써 (서약) 이행을 강제하는 조치로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사원에게 의무 이행을 하도록 압박감을 줘 서약 내용을 지키게끔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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