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스토리 저격글, 법적 책임 있는 '조롱'일까? 법원의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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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스토리 저격글, 법적 책임 있는 '조롱'일까? 법원의 답은

2025. 08. 12 12:2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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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화면에 달랑 이모티콘과 ‘ㅋㅋㅋ’, 법원은 ‘조롱’으로 봤을까

재판부 “상대방 입장에선 조롱으로 느낄 만한 상황” 인정

그러나 “명예훼손·모욕죄는 아냐”

검은 화면에 ‘역시 ㅋㅋㅋ’와 박수 3개. 법원은 “조롱일 수 있지만 범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셔터스톡

검은 화면에 달랑 올라온 '역시 ㅋㅋㅋ'라는 글과 박수 이모티콘 세 개. 이 애매모호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과연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조롱'일까? 최근 법원은 이 미묘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놓았다.


사건의 발단은 방송인 A씨와 그의 팔로워 B씨 사이의 금전 거래였다. A씨는 2023년 2월, 자신의 팬인 B씨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400만 원을 빌렸다. B씨는 A씨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돈을 빌려줬지만, 돈을 받은 A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B씨가 돈을 갚아달라고 재촉하자 A씨는 답변을 피했고, 급기야 B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했다. B씨의 계정을 차단한 이후,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검은 배경과 함께 ‘역시 ㅋㅋㅋ’라는 글과 박수 이모티콘을 올렸다. 특정인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B씨는 자신을 조롱하는 '저격글'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분노한 B씨는 유튜버 C씨에게 이 사실을 제보했다. 폭로 전문 유튜버에게 제보했다는 사실을 A씨에게 알리기 위해 B씨가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제보완료’로 바꾸자, A씨는 그제야 빌린 돈 400만 원을 모두 갚았다.


C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A씨의 채무 불이행과 팔로워를 저격하는 듯한 인스타 스토리를 폭로했고, 이후 A씨의 실명을 공개하며 사기 전과가 있는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비교하기까지 했다. 결국 A씨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 "조롱으로 느낄 만했다", 그러나 "범죄는 아니다"

A씨는 피고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저격글'로 단정하고, 돈을 갚았음에도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박근정 판사는 A씨의 명예훼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인스타 스토리에 검은색 배경에 다른 글 게재 없이 ‘역시 (박수 모양의 손 3개) ㅋㅋㅋ’만 올려둔 것은 피고 B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조롱한 듯한 인상을 받았을 상황임은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행동을 고려할 때, B씨가 해당 스토리를 조롱으로 받아들인 것은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튜버 C씨가 이를 "팔로워를 저격하는 듯한 게시글"이라고 표현한 것을 허위사실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주관적 평가나 의견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모호한 표현 자체에 법적 책임을 묻기보다, 그 표현이 나오게 된 전후 맥락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사적 대화’ 공개는 불법… 총 600만원 배상 판결

명예훼손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법원은 피고들의 다른 행위에는 명백한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바로 A씨의 사생활 침해다.


B씨는 유튜버 C씨에게 제보하며 A씨와 나눈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캡처를 넘겼고, C씨는 이를 영상에 그대로 공개했다. 또한 C씨는 A씨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동의 없이 녹음해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헌법 제10조와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카카오톡 대화 공개에 대한 위자료)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C씨에게는 전화 통화 녹음 파일 공개에 대한 책임을 물어 "4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가단77286 판결문 (2025. 1. 2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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