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협회장의 '홍명보 선임' 위법성 드러났지만… 경찰 수사는 왜 2년째 멈췄나
정몽규 축협회장의 '홍명보 선임' 위법성 드러났지만… 경찰 수사는 왜 2년째 멈췄나
법원 "절차 하자" 인정에도 '위계·위력' 입증 난항
배임 혐의도 높은 문턱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다는 점은 이미 지난 4월 법원 판결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인물이 개입하고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승인하는 등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처럼 행정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두고는 수사기관이 2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첩첩산중에 놓여 있다.
2024년부터 이어진 사령탑 선임 논란과 행정소송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인 지난 2024년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성 논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를 통해 선임 과정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대한축구협회는 징계 요구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갈등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이미 지난 4월 공식화된 "권한 없는 자의 개입"과 절차적 하자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지난 4월 축구협회의 청구를 기각하며 2024년 선임 당시의 위법성을 명확히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별하는 과정 전반에 뚜렷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당시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정 회장과 소통하던 중 돌연 사퇴하자, 협회 수뇌부가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넘긴 점을 꼬집었다.
나아가 이러한 절차적 흠결을 품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충분한 토의조차 거치지 않고 감독 선임을 일방적으로 최종 승인한 결정 역시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사실관계 다 드러났는데… '위계·위력' 입증에 막힌 형사 수사
행정재판과 문체부 감사를 통해 객관적인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났음에도, 정 회장에 대한 형사 수사는 전혀 다른 암초를 만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업무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정 회장이 고발된 사건을 2024년 7월 배당받은 이래 2년째 수사 중이나, 법리적 한계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볼 때, 행정처분의 원인이 되는 '절차적 위법성'이 곧바로 형사상 '업무방해죄' 성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 처벌을 위해서는 정 회장이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적극적인 속임수로 담당자들을 속였거나(위계), 지위를 남용해 하급 기관의 의사결정 자유를 짓밟았음(위력)이 추가로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상 조직 수장의 독단적인 업무 처리나 단순한 내부 규정 위반은 '위계'나 '위력'의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정 회장이 처음부터 홍 감독의 선임을 확정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지시했던 정황마저 존재한다. 이는 범행의 '고의성'을 묻는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혐의 인정에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한다.
'업무상 배임' 역시 난제… '재산상 손해' 증명 불투명
함께 고발된 '업무상 배임죄' 역시 기소 단계로 나아가기엔 문턱이 높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정 회장의 임무 위배 행위로 인해 대한축구협회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선임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국가대표 감독을 임명한 행위 자체를 협회에 직접적인 재정적 손실을 안긴 행위로 규정하고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법리적으로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미 법원을 통해 절차적 위법성을 면밀히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사법상 '범죄'의 영역에서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엔 경찰의 무기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기관의 고심이 길어지는 진짜 이유다.
수사 공회전 속 '당사자 전원 사퇴'… 수사 실익 있나 의문
일반적인 지능범죄 수사 기간(평균 102일)을 훌쩍 넘겨 경찰 수사가 2년 가까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수사의 '실익' 자체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폐막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어 홍명보 감독 역시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안고 29일 오전(한국시간) 대표팀 베이스캠프가 있던 멕시코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행정적 위법성과 형사상 범죄 성립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 데다,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의혹의 당사자들이 이미 인적 쇄신과 퇴진 수순을 밟게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법리적 한계와 상황 변화가 맞물리면서, 향후 경찰 수사가 기소라는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된다. 결국 행정법원의 판결과 형사법의 높은 문턱 사이에서 경찰의 고심만 길어지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