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명의 몰래 계좌 개설, 무죄 내리며 법원은 이렇게 질타했다..."기본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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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명의 몰래 계좌 개설, 무죄 내리며 법원은 이렇게 질타했다..."기본이 안 됐다"

2025. 11. 18 16:54 작성2025. 11. 18 16:54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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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는 무죄, 행동은 유죄 수준"

법원, 연인 명의 악용에 날선 비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청주지방법원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와 그의 여동생 피고인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연인 관계였던 피고인 A씨가 피해자 C씨에게 술집 개업을 위한 명의를 빌려달라고 요청하며 불거졌다.


피고인 A씨는 C씨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게 할 테니 개업할 술집 명의를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승낙한 C씨로부터 자동차운전면허증과 도장을 교부받았다.


이후 A씨는 C씨의 동의 없이 D조합 직원인 여동생 B씨에게 이를 전달하며 C씨 명의의 계좌 개설을 지시했고, B씨는 해당 서류(조합 거래 신청서,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 등)를 작성해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C씨 명의의 권리의무 및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조합 거래 신청서'와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이하 이 사건 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재판부의 판단: '추정적 승낙' 법리로 무죄 선고

법원은 사문서의 위·변조죄는 작성 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지만, 명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면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나아가, 행위 당시 명의자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더라도,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명의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우 역시 사문서위·변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추정적 승낙)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 작성 당시에 C씨가 이를 알았더라면 승낙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


  • 명의 대여 및 신분증·도장 교부: C씨는 A씨의 요구에 따라 술집 사업자명의 개설에 필요한 신분증(자동차운전면허증)과 도장을 넘겨주었다.


  • 계좌의 실제 사용 목적: B씨가 개설한 C씨 명의의 사업자계좌는 A씨가 C씨의 명의를 빌려 개업한 'F' 주점의 영업 관련 입출금 계좌로 사용되었다.


  • 추가 명의 사용 허락: C씨는 'F' 주점 영업에 필요한 주류 거래 관련 대출계약서에 서명해달라는 A씨의 요청까지 수용했다.


  • 당시 원만했던 관계 및 불이익 없음: 이 사건 문서 작성 전후로 C씨와 A씨가 연인 관계로 사이가 원만했고, 사업자계좌 개설로 C씨에게 당장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추측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C씨가 자신의 명의로 개업되는 주점 영업과 관련된 사업자계좌 개설 및 신청 서류 작성을 요구받았더라도 이를 거절했을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문서를 위조·행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에도 법원이 피고인들에게 던진 강도 높은 질타

다만, 법원은 피고인 측의 주장이 진실성이 없음을 명확히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C씨가 직접 D조합에 방문하여 계좌 개설을 요구했고 B씨가 문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은 이 사건 문서에 A씨의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된 점, C씨의 실제 주소가 아닌 면허증 상 주소가 기재된 점, B씨가 수사 당시와 달리 법정에서 주장을 바꾼 점 등에 비추어 "거짓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피고인들이 무고해서가 아니고, 피고인들이 변호인을 통하여 한 주장 중 객관적 증거 또는 C의 진술과 부합하는 일부분 외의 나머지 대부분은 그 자체로 진실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하지도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특히 피고인 A씨에 대해서는 "친동생이 금융기관에서 근무한다 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제3자의 신분증과 도장을 주어 계좌를 만들어오라 하였을 뿐 아니라, 법정에 거짓 증인까지 세우기가지 하였는바, 근본적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 규범에 관한 존중이 전혀 없는 자"라고 질타했으며, 금융기관 직원인 피고인 B씨 역시 거짓 증인까지 물색해 온 것에 대해 "문제가 있기는 매한가지다"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소송비용은 피고인들이 연대하여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참고] 청주지방법원 2024고정340 판결문 (2025. 10. 2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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