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生 '형법'이 기준인데⋯재판부는 억울하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1953년生 '형법'이 기준인데⋯재판부는 억울하다

2019. 11. 26 15:30 작성
장성수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ss.jang@lawcompany.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우리나라의 형법은 1953년 제정되었고, 살인죄는 이후 개정된 적이 없다. 선례와 양형기준, 그리고 재판부는 이 기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재판부는 어찌 보면 억울하다.


최근 울산지방법원이 선고한 형량에 논란이 일고 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부동산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피해자를 차로 치어 죽이려고 했던 피고인들에게 살인미수 혐의로 각각 징역 20년,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투자금을 갚지 않고자 피해자를 죽이거나 최소 식물인간을 만들자고 공모했다. 이를 위해 치밀하게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예행연습까지 했다. 결국, 피해자는 차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 끔찍한 범죄였다.


미국은 연쇄살인범과 같은 흉악범에게 '징역 300년' 등을 선고하는 판결을 흔히 볼 수 있다. 징역이 3만년 선고된 적도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재판부가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끔찍한 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20년이 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도대체 얼마나 더 흉악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질러야 국민 법감정에 맞는 형이 선고된단 말인가?


개별 범죄만을 볼 때, 선고된 형이 가볍기 짝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 모든 범죄는 피해자의 인생을 파괴하고, 남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도록 만든다.


그러나 법체계 전체를 두고 볼 때는 경(輕)하고 중(重)함이 존재한다. 살인죄는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하고, 절도죄는 살인보다는 가벼운 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를 범죄간 형의 균형을 맞춘다고 한다. 흔히 댓글에 보이는 것처럼 "죄를 지으면 무조건 사형!"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독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설령 흉악범이라도, 아니 살인에 한한다고 할지라도 마음대로 형량을 정할 수 없다. 재판부가 각자의 감정에 따라 마음대로 형을 정한다면 속칭 '원님 재판'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원님 재판이란 사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가진 원님(사또)이 재판하듯 마음대로 재판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방지하는 것이 현대 사법체계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재판부는 형법이 정하는 범위에서, 기존의 선례를 바탕으로,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참고하여 형량을 정한다.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 '양형조사'를 통해 비슷한 죄질(범행기간⋅수법⋅피해자 수⋅피해액⋅합의여부)의 범행에 대해 과거 어떻게 양형했는지 검토하고, 이를 통해 우리 법체계 속에서 해당 범죄에 부합하는 형량을 조율한다. 이때 최근 선례를 보다 주의 깊게 참고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형량은 시대의 요구에 조금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다만 우리 형법은 1953년 제정되었고, 그 이후 전면개정은 없었다. 시대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수정(일부개정)하였으나, 그대로 둔 부분도 많다. 대표적으로 살인죄는 1953년 이후 개정된 적이 없다. 형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선례와 양형기준, 그리고 재판부는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법정형(형법에 적혀있는 형)을 당장에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입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정형의 형량에 대해 합의하는 시도도 하지 않으며 재판부의 낮은 선고형에 대해서만 비난할 때, 재판부는 억울하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