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코 풀려다 쇠고랑”… 남의 그물 털고 바다에 수장시킨 ‘얌체 선장’의 최후
“손 안 대고 코 풀려다 쇠고랑”… 남의 그물 털고 바다에 수장시킨 ‘얌체 선장’의 최후
남이 쳐놓은 그물만 골라 털어간 ‘해상 절도단’ 검거

어민들의 그물을 털고 바다에 무단 투기한 일당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간 어민들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단순히 어획량이 줄어서가 아니었다. 누군가 밤사이 힘들게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려 알맹이만 쏙 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피땀 어린 수확물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범행을 감추기 위해 그물을 통째로 바다에 수장시킨 일당의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바다 위에 남겨진 ‘디지털 항적’과 법의 심판은 피할 수 없었다. 단순한 생계형 범죄를 넘어 해양 생태계까지 위협한 이번 사건의 전말과 법적 쟁점을 파헤쳐본다.
사라진 그물 300개, 범인은 ‘동료 어민’ 가면 쓴 약탈자들
사건의 무대는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일대 해상이다.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이 일대 어민들은 기이한 현상에 시달렸다. 분명히 설치해 둔 그물이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건져 올린 그물이 텅 비어있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범인은 4.49t급 어선을 모는 선장 A씨와 선원 3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된 일당이었다. 이들은 내·외국인이 뒤섞인 조직적인 ‘해상 절도단’이었다. 수법은 대범하고도 악랄했다. 다른 어민들이 설치해 둔 그물을 자신들의 배로 끌어올린 뒤, 그 안에 든 꽃게와 물고기 등 돈이 되는 수산물만 챙겼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산물을 빼낸 빈 그물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대신, 범행 흔적을 없애고 수고를 덜기 위해 그물을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달아났다. 이렇게 버려진 그물만 약 300틀, 시가로 따지면 700만 원 상당이다. 피해 어민들에게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당장의 생계 수단이 끊기는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해경은 그물이 자주 사라진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해당 해역을 오간 선박들의 항적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범행 시간대에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 A씨의 선박을 특정할 수 있었다. A씨 일당은 처음에는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수사망이 좁혀오고 구속이 임박하자 결국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특수절도’의 덫, 4명이 뭉치면 형량도 무거워진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단순 절도로 보지 않는다. 범행의 형태와 가담 인원을 고려할 때, 형법상 ‘특수절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형법 제331조 제2항은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를 특수절도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선장 A씨와 선원 3명은 한 배를 타고 역할을 분담하여 범행을 저질렀다. 이는 법률상 ‘합동범’의 요건을 완벽히 충족한다.
대법원 판례(2010도15986)에 따르면, 현장에서 실행 행위를 분담하지 않았더라도 공모하고 범행 현장에서 협동 관계를 이뤘다면 모든 가담자가 공동정범으로 처벌받는다. 즉, 직접 그물을 당기지 않고 배를 운전만 했더라도 모두 특수절도의 공범이 된다. 특수절도죄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무거운 범죄다.
바다에 버린 양심, ‘해양폐기물법’ 위반이라는 부메랑
A씨 일당의 죄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빈 그물을 바다에 무단 투기한 행위는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해양폐기물법)’ 위반에 해당한다.
폐기물관리법상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은 폐기물로 규정된다. 어획물을 뺀 빈 그물은 이들에게 ‘폐기물’이었고, 이를 해양에 버린 것은 명백한 불법 배출이다. 해양폐기물법 제7조 제1항은 누구든지 폐기물을 해양에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남의 그물을 바다에 버려 못 쓰게 만든 행위는 형법상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의 구성요건도 충족한다. 300틀에 달하는 그물의 효용을 해쳤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절취 후 폐기 행위가 절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평가될지, 별도의 손괴죄가 성립할지 다툼의 여지가 있으나, 어민들의 조업 도구를 영구히 상실케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꼬리 자르려다 몸통까지… 실체적 경합으로 가중 처벌 예상
이 사건의 핵심은 ‘절도’와 ‘환경 오염’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범죄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법률적으로 이를 ‘실체적 경합’ 관계라 한다.
절도 행위(재산권 침해)와 그물 투기 행위(해양환경 침해)는 보호하려는 법익과 행위 태양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법원은 가장 무거운 죄인 특수절도죄의 정한 형(최대 징역 10년)에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징역 15년(각 죄의 장기 합산 범위 내인 13년)까지도 선고가 가능한 구조다.
특히 법원은 환경 범죄와 결합된 절도 사건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추세다. 울산지방법원 판례(2021고단3832)나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판례(2020고합31)를 보면, 해양 오염을 유발하거나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경우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A씨 일당은 초반에 범행을 부인하다 구속 위기에 처해서야 자백했다. 피해 규모가 700만 원에 달하고, 300번이나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무엇보다 동료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바다 환경까지 파괴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반성문만으로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