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기소⋯검찰 주장 바탕으로 변호사 8명과 향후 재판 쟁점을 분석해봤다
이재용 부회장 기소⋯검찰 주장 바탕으로 변호사 8명과 향후 재판 쟁점을 분석해봤다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이재용에 11개 혐의 적용해 재판에 넘긴 검찰
변호사들과 검찰의 기소 내용 살펴봤더니 "유죄 입증 어려워 보인다" 평가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 향후 재판은 어떻게 흘러갈지 변호사 8명(가나다순)의 의견을 들어봤다. /로톡DB
피고인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앞으로 최소 3년간 불릴 이름이다.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이 부회장은 다시 기나긴 소송전에 돌입하게 됐다. 사건의 복잡함이나 연루된 인원 등에 미뤄보면 재판이 5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런 점을 고려해 이 사건을 단독재판부가 아닌 합의부로 배당했다. 적용 혐의에 따른 배당 원칙상 법관 1명이 처리하는 단독재판부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하여 합의부로 재배당한다"고 밝혔다. 합의부는 법관 3명이 사건을 심리한다.
향후 재판은 어떻게 흘러갈까. 기업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에게 이번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한 평가를 구했다. 답변을 한 변호사들은 "검찰 기소가 다소 무리했다"는 쪽에 가까웠다. 특정 혐의를 적용한 검찰 판단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변호사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 건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싼값에 합병하면서 큰 이익을 봤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삼성물산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헐값 매각'된 것이다. 그러므로 삼성물산 이사들은 삼성물산에 손해를 입힌 것이 되고, 검찰은 이를 업무상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이동찬 변호사는 "왜 업무상배임죄를 이 부회장에게 적용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주장에 따를 때) 업무상배임죄의 주체는 삼성물산 이사들이 되어야 하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 주주"라고 했다. 즉, 주주 관계를 따져봤을 때 삼성물산 이사들에게 적용할 '업무상 배임죄'를 제일모직 관계자인 이 부회장에게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덧붙여 "이재용 부회장을 그룹 총수로 보고 업무상 배임을 적용한 거라면, 오히려 강요죄를 적용했어야 더 맞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그룹 총수로서 계열사를 움직여 자신의 이익을 취한 거라면, 그럼 움직임에 대해 강요 혐의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 역시 업무상 배임죄 혐의 적용이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변호사는 "(검찰의) 업무상 배임 혐의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가 말한 판례는 '기업 이사진은 주주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를 다룬 대법원 판례다.
앞서 검찰은 "합병이 이뤄졌을 당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이라는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사-회사의 관계에서만 손해를 따지고, 주주에 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우는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이재용 변호사는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의 박생환 변호사는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범죄사실을 내세워 혐의를 입증하려고 하고 있으나,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앞선) 재판에서 이미 '합병이 무효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며 "그런 이상 합병을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역시 "삼성 변호인단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검찰의 장기간 수사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합병 비율이 결정되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특히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정, 부정거래 행위 등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주가 조작' 등을 실제 실행한 사람들을 이재용 부회장이 움직였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검찰이 불리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검찰은 이 부회장이 ‘최소비용에 의한 지배권 확보’를 위해 승계 작업 단계마다 보고받았다고 밝혔지만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보고 및 지시 여부가 향후 재판에서 이 혐의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앞선 재판에서 삼성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고 판단했는데, 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 상고심까지 간 '국정농단 재판'에서 삼성에겐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이 있었고, 이를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고 반박할 수 있다.
물론 대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유죄 입증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이동찬 변호사는 "현재 검찰의 수사는 포괄적인 뇌물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본시장법상 범죄행위에 대한 것"이라며 "승계작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인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세조종과 부정거래행위 각각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시를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재판이 쉽지 않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이 밝힌 내용 중에 혐의 입증이 가능해 보인다고 평가받은 대목도 있었다. 합병 전 주주총회 단계에서 있었던 삼성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두 회사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움직였다.
'변호사 도이현 법률사무소'의 도이현 변호사는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처분하면서 주주였던 KCC에 경제적 이익 제공 의사를 밝혔다거나, 합병 반대 가능성을 언급한 일성신약에 경제적 이익 제공을 약속한 부분은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비율로 합병을 성공시켜야 했던 삼성 측이, 이런 형태의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설득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업무상 배임죄 불인정' 판례에 대해서도 "무조건 인정 안 되는 건 아니다"는 분석이 있었다. 법률사무소 서약의 신성현 변호사는 "회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 인정 시 손해에 대하여는 ‘회사 및 주주의 손해’라고 하여 이를 함께 언급한 판례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배임죄 판단에 있어) 회사의 손해에 대한 판단이 핵심인데,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가치의 감소'라고 볼 수 있는 재산상 위험이 발생한 경우 또한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가 '합병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이사의 지배력 확보에 있고 회사로서는 그 목적 달성에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고, 이로 인하여 회사에는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이번 기소와 삼성 측 반응을 두고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대응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률사무소 나온의 정병주 변호사는 "양쪽 모두 법적인 부분 이외의 영향을 걱정하거나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다소 과잉 대응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은 과거 이력까지 밝히면서 기소에 명분을 넣으려는 모습이 보였고, 이재용 부회장 측 역시 법적인 문제가 있으면 그 죄목에 맞게 재판에서 판단을 받으면 되는 것인데 '배임은 기존에 검토되지 않았다'는 대응을 하는 등 다소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