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침해" vs. "성역은 없다" 변호사들도 의견 분분한 '변호사 압수수색'
"법치주의 침해" vs. "성역은 없다" 변호사들도 의견 분분한 '변호사 압수수색'
'재벌가 프로포폴 투약' 사건 담당 옛 변호인에 이어 민경욱 前 의원 측 변호인까지
"변호사 제도 존재 이유 의문" "비밀 유지권 없는 것과 마찬가지" 법조계 강한 반발
변호사 4명에게 "압수수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었더니 의견 나뉘어

변호사 및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이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검찰이 변호사들을 연이어 압수수색하면서 불붙은 논쟁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
"변호사 컴퓨터부터 털어가는 게 무슨 유행처럼 되고 있다."
변호사 및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이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검찰이 변호사들을 연이어 압수수색 하면서 불붙은 논쟁이다. 이번 달에만 2건의 시도가 있었다.
이달 초쯤. '재벌가 프로포폴 투약' 사건을 담당했던 옛 변호인의 서초구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했고, 이어서 투표용지 탈취 혐의를 받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변호인 역시 압수수색을 시도당했다. 민 전 의원 측 변호인들의 경우 강력한 항의에 실제 수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SNS 등 온라인 일부에서는 강경한 목소리가 많이 보였다.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부터 "변호사라는 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로톡뉴스는 변호사들의 실명을 받아 의견을 정리했다.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변호사 4명 중 2명은 "변호사 측에 대한 압수수색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①변호사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의뢰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고, ②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신뢰 관계를 방해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①의뢰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기 때문
법무법인 숭인의 김용석 변호사는 "사건 담당 변호사에게 전달된 정보가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변호사 측은 부당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의뢰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되는데, 검찰 등 수사기관이 변호사 압수수색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면 "변호사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김 변호사는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부담은 (수사기관보다) 변호사를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무기대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였다. 죄를 묻는 '검찰'과 죄가 없음을 주장하는 '변호사'는 동등한 위치에 놓여야 한다는 의미다.
김박법률사무소의 김관기 변호사도 "변호사 측이 압수수색 당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기본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불법으로 (변호사 측을) 압수수색 한다면 변호사로서는 실력으로라도 저항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②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신뢰 관계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
김용석 변호사는 "변호사 측에 대한 압수수색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신뢰 관계 및 의사소통을 방해할 개연성도 매우 높다"고 했다.
"의뢰인은 유불리(有不利)를 떠나 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변호사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데 이것이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기관에 넘어갈 수 있다면 의뢰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변호사의 조언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의뢰인의 방어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반면, "법원의 영장이 발부된 이상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은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①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에 대한 영장이 나왔다면 법원이 적절하게 판단한 것이고, ②불법을 수사하는 데 성역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①영장 나온 이상 법원도 압수수색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무기대등의 원칙 등은 지켜져야 하지만, 이 역시 적법성을 상실하면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범죄 혐의와 필요성 등을 소명하고, 법원도 적절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다면 여기에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나 방어권 등을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도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변호사 압수수색은) 막연한 의심을 넘어서 이러한 충분한 정황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초 이루어진 '재벌가 프로포폴 투약' 사건의 압수수색은 법원의 영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호삼)는 해당 병원의 원장에 대한 추가 혐의를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한다.
②불법을 조사하는 데 성역은 있을 수 없기 때문
설 변호사는 "특히 불법을 조사하는 데 성역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자칫 로펌 등이 자료 도피처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최근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 했을 때도 압수수색을 하면 안 되는 곳이라는 반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 변호사는 말했다. 실제 검찰은 지난 1월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를 압수수색 했다. 로펌 역시 이러한 압수수색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류인규 변호사도 "로펌 등에도 증거가 숨겨져 있다는 의심이 들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사 측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수색 과정에서 다른 사건 의뢰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한된 범위에서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