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술 취해 5천원짜리 남의 우산 들고 갔다 재판행…법원이 내린 결론은
[단독] 술 취해 5천원짜리 남의 우산 들고 갔다 재판행…법원이 내린 결론은
재판부 "훔칠 고의 입증 안 돼" 무죄 선고
![[단독] 술 취해 5천원짜리 남의 우산 들고 갔다 재판행…법원이 내린 결론은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70779365551364.png?q=80&s=832x832)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비 오는 날 식당이나 술집 우산꽂이에서 내 우산이 사라진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반대로 비슷하게 생긴 남의 우산을 내 것으로 착각해 들고 오는 실수도 종종 벌어진다.
그런데 이 사소한 실수가 형사 재판으로까지 번졌다. 5,000원짜리 우산 하나를 잘못 들고 나왔다가 절도범으로 몰린 A씨의 이야기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술자리 끝난 뒤 우산 챙겨 나왔는데... "그거 제 건데요?"
사건은 장마가 시작되던 2024년 6월 29일 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점에서 벌어졌다. 피고인 A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밤 11시가 다 되어 가게를 나섰다.
A씨는 주점 앞 우산꽂이에 꽂혀 있던 우산 하나를 자연스럽게 집어 들고 갔다. 하지만 그 우산은 A씨의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 B씨(26세) 소유의 시가 5,000원 상당의 우산이었다.
검찰은 이를 명백한 절도로 봤다. 타인의 재물을 고의로 훔쳐 갔다는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올 때 우산 안 가져왔잖아" vs "취해서 내 건 줄 알았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는 A씨에게 불리해 보였다. A씨는 이날 주점에 올 때 남자친구와 함께 우산을 쓰고 왔기 때문에, 애초에 본인이 챙겨 온 우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우산이 없는데 우산을 챙겨 나갔으니, 남의 것인 줄 알고 가져간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했다.
하지만 A씨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술에 너무 많이 취해 내 우산인 줄 알고 착각해서 가져간 것일 뿐, 훔칠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CCTV에 담긴 그날 밤의 진실... 법원 판단은
서울서부지방법원 이세창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 증거가 될 뻔했던 현장 CCTV 영상이 오히려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영상 속 A씨는 주점을 나설 당시 몸을 비틀거릴 정도로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다. A씨는 우산꽂이에서 우산을 별다른 확인도 없이 집어 들고는, 한번 펼쳤다가 바로 접은 뒤 비를 맞으며 우산을 쓰고 가는 남자친구의 뒤를 따라갔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할 때 '불법영득의사(남의 물건을 훔치려는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기 우산이 없었음에도 우산을 가져간 점 등 석연치 않은 면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취 상태였던 점, 우산 가격이 5,000원으로 경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비 오는 날 밤의 취중 해프닝은 전과자가 될 뻔했던 A씨의 무죄 확정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