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로 아들 살해한 60대, 일반 살인죄만 적용…비속살해죄 도입 논의 재점화
총기로 아들 살해한 60대, 일반 살인죄만 적용…비속살해죄 도입 논의 재점화
현행법, 부모 살해는 '존속살해'로 가중처벌
자녀 살해는 별도 규정 없어 형평성 논란

인천 사제총기 사건 발생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어준 30대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아버지에게는 일반 살인죄만 적용된다. 자녀가 부모를 죽이면 '존속살해죄'로 가중처벌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엔 별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가족살인 사건을 계기로 '비속살해죄' 도입 필요성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현행법, 부모 살해는 가중처벌…자녀 살해는 일반 처벌
현재 형법 제250조 제2항 '존속살해죄'는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일반 살인죄(5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 법정형이 무겁다. 반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에 대한 별도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는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하고 며느리·손주까지 살해하려 시도했으며, 자택에 사제폭발물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아들 살해 부분은 형법 제250조 제1항 일반 살인죄만 적용받는다.
2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노범래 변호사(로엘법무법인)는 "부모가 자식을 살해했을 때 더 무겁게 처벌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비속살해죄 도입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호 의무 위반한 부모, 더 무겁게 처벌해야
비속살해죄 도입 찬성론자들은 부모의 자녀 보호 의무를 근거로 든다. 부모는 미성년 자녀에 대해 법적·도덕적 보호 의무를 지며, 성년이 된 후에도 특별한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나 장애인 자녀의 경우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보호 필요성이 더욱 크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보호 의무를 저버린 배신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아동학대 살인 사건이나 이번처럼 성인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신뢰하고 있던 상황이 대부분이다.
가정불화 핑계는 무리한 변명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는 범행 동기를 묻는 경찰 질문에 "가정불화가 있었다, 더는 묻지 마라"고만 답했다. 프로파일러 조사에서는 "가족회사 급여 중단으로 배신감을 느꼈다"고 진술했지만, 유족들은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노범래 변호사는 방송에서 "피해자의 모친이 25년 전 이혼 후에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헌신했고, 가해자의 사업을 위해 가게를 얻어주고 대학원 비용까지 지불했다"며 "가해자가 주장하는 가정불화는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려고 무리하게 '가정 내 갈등'을 핑계로 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제무기 제작, 공공안전 위협 심각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사제총기와 폭발물까지 동원된 점이다. 가해자는 인터넷을 통해 총기 제작법을 습득하고,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15개 용기에 담아 타이머 기폭장치를 설치한 폭탄을 자택에 설치했다.
노범래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총기 소유 및 제작을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접하고 직접 사제총기와 폭발물을 제작할 수 있었던 점이 문제"라며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용 혐의는 다양하지만 비속살해죄는 공백
가해자에게는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폭발물사용미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살인미수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될 예정이다. 노범래 변호사는 방송에서 "며느리와 손주들에게도 총을 발사하려 했던 정황을 종합하면 이들에 대한 살인예비 또는 미수도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인 아들 살해 부분은 일반 살인죄만 적용되어 형평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자신을 축하해준 아들을 총으로 살해한 참혹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비속살해죄 논의.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가족 관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함께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