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책상에 체모 뿌린 50대 임원, 성범죄 아니다?…'이 짓' 처벌할 법이 없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여직원 책상에 체모 뿌린 50대 임원, 성범죄 아니다?…'이 짓' 처벌할 법이 없다

2026. 03. 18 21:45 작성2026. 03. 18 21:46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찰, 스토킹처벌법도 불송치

재물손괴만 송치

50대 남성 임원이 부하 직원의 책상과 유니폼 등에 반복적으로 체모를 뿌리는 모습. /'JTBC News' 유튜브 캡처

여직원의 책상과 유니폼 주머니에 몰래 자신의 체모를 반복적으로 뿌린 50대 남성 임원이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성범죄와 스토킹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의 한 회사에 다니는 30대 여성 A씨의 악몽은 지난해 8월 시작됐다. 출근할 때마다 책상 위 마우스 패드나 노트북 사이, 심지어 의자에 걸어둔 유니폼 주머니 속에서 누군가의 체모가 연이어 발견된 것이다.


극심한 수치심과 공포를 느낀 A씨는 직접 자신의 자리에 소형 카메라(홈캠)를 설치했다.


카메라에 담긴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A씨가 출근하기 10분 전, 평소 '딸 바보'로 알려졌던 50대 임원 B씨가 다가와 체모를 뿌리고 마우스에 무언가를 묻히듯 손을 비비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범행이 발각되자 B씨는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한 번의 호기심이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으며 자진 퇴사했다.


A씨는 B씨를 성폭력특례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모욕, 재물손괴 혐의 등 4가지 죄목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중 재물손괴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불송치 처분했다.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는데, 왜 법은 가해자를 온전히 벌하지 못하는 걸까.


책상에 털 뿌린 행위, 물건 안 부쉈어도 '재물손괴'


경찰이 유일하게 인정한 혐의는 재물손괴죄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물리적으로 물건을 부수는 것뿐만 아니라, 오물을 묻히는 등 원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게 효용을 해친 경우에도 성립한다.


경찰은 B씨가 유니폼 주머니에 체모를 넣거나 마우스에 문지른 행위가 해당 물품의 정상적인 사용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치심 줬지만 성범죄는 아니다?


타인의 신체에서 나온 체모를 의도적으로 남겨 극심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음에도 성폭력 관련 혐의가 불송치된 이유는 '구성요건' 때문이다.


현행 성폭력특례법(제14조)은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한 불법촬영을 처벌한다. 체모를 뿌린 행위 자체는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가 아니므로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반 형법상 '강제추행'은 어떨까.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 또는 피해자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


B씨는 A씨가 없는 빈자리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물리적 강제력이나 신체 접촉이 없어 법리적으로 강제추행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명백히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악질적인 행위임에도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마땅치 않은 입법 공백이 드러난 셈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뿌렸는데… 왜 스토킹이 아닐까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스토킹처벌법 불송치 결정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할 때 성립한다.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매일 A씨 출근 직전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반복성' 요건은 명백히 충족된다.


그럼에도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는 B씨의 행위가 법에 명시된 스토킹 행위 유형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는다고 소극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라목은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지정된 업무 공간과 유니폼에 체모라는 불쾌한 물질을 반복적으로 놓아둔 행위는 이 조항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수사로 결과 뒤집힐 확률은? "약 30~40%"


A씨는 수사 결과에 반발해 재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재수사를 통해 혐의가 추가로 인정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을 종합할 때, 재수사 결과가 바뀔 확률은 약 30~40% 수준으로 예측된다.


성폭력특례법 위반이나 모욕죄의 경우 현행법의 엄격한 구성요건(신체 접촉 부재, 공연성 부족 등) 탓에 경찰의 불송치 처분이 번복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는 수사기관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스토킹 혐의의 경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미 CCTV 역할을 한 홈캠 영상이라는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고 범행 반복성도 입증된 상태다.


검찰이 "피해자의 자리에 체모를 지속적으로 둔 행위(물건 등을 두는 행위)"를 스토킹처벌법의 범주로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기소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피해자 측이 이 부분의 법리를 얼마나 날카롭게 파고드느냐가 향후 싸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